일상

기본기에 충실하면

글을써보려는사람 2023. 5. 2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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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 발레를 배우고 있다. 저녁 9시에 시작하는 중급반은 끝나고 집에 오면 10시 20분, 씻으면 11시가 다 되어 저녁 8시면 하품을 시작하는 생활리듬을 지닌 나로서는 영 감당이 안 되기에 8시 초급반으로 옮겼다. 최근에는 새로운 수강생들의 유입으로 해당 수업이 ‘기초반’으로 바뀌어 처음에는 적잖이 실망하고 자존심도 상했다. 이래 봬도 발레만 5년 이상 배웠고, 학부 시절부터 배운 재즈댄스 경력과 교회 워십댄스팀 경력을 합치면 15년가량 춤을 춰온 나인데--심지어 재즈댄스 동아리 활동을 하다 휴학하고 전문가 과정도 수료했고,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문화센터에서 강사 활동도 했다. 공연을 앞두고 24시간 중 18시간을 춤추며 보낸 시기도 있었다--하루아침에 발레 (초급반도 아닌!!) 기.초.반 수강생이라니.
못마땅한 기색을 애써 감추고 수업에 참여한 첫날, 내 교만이 바로 무너졌다. 그리고 나는 기본기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1. 취미 발레 수업에서


중급반에서는 좀 더 빠른 템포의 발레곡에 테크닉 동작을 따라 하느라 세세한 동작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그런데 느려터(졌다고 생각되었었다, 적어도 처음에는)진 곡에 맞추어 플리에, 그랑 플리에, 앙바, 아나방, 앙오, 알라스콩, 알롱제와 같은 유아들이나 할 법한 동작을 반복하는데, 근육이 덜덜 떨리고 호흡이 가빠지며 온몸에 땀이 흘러내리는 것이 아닌가.
이유인즉슨 동작의 순서를 암기하고 따라가기 바빠 놓쳤던 아랫배와, 허벅지 안쪽 근육과 엉덩이 근육에 힘주기, 새끼발가락을 부채처럼 완전히 펴서 발바닥 전체로 몸의 균형을 잡기와 같은 기본에 충실하다 보니 발레 동작을 좀 더 정확도 높게 구사하게 되어 힘이 더 들어가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는 느린 템포에 맞춰 서서히 다리를 굽혔다 펴거나, 한 다리로 몸을 지탱해야 하기에 근육을 수축하는 시간이 길어져 같은 동작의 수행도 더 힘겨워지는 것이다. 자연히 한 시간 수업을 통해 나던 땀이 바 세션 동작 한 세트를 하는 동안 흘러내리게 된다. 젖은 운동복을 벗으며 운동량을 확인할 때의 쾌감이란.
덕분에 파쎄 발란스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바뜨망의 높이도 대학시절만큼은 아니나 좀 더 높아지고, 그랑 제떼 자세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2. 피아노를 칠 때 


피아노를 칠 때도 마찬가지이다. 계속해서 실수가 발생하는 구간은 무한 단순 반복을 통해 물론 완성도가 높아진다. 그런데 템포를 늦춰 느리게 또박또박 몇 번 치고 나서 다시 템포를 당기면 훨씬 짧은 시간에 손 꼬임, 미스 터치 등을 교정할 수 있다. 절뚝거리는 음은 피아노 학원에 남아 하농교본에 사과를 지워가며 억지로 했던 붓점 연습을 해당 구간에 대해 잠시 하면 금세 부드럽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 기본기에 충실하면 가성비를 높일 수 있다.



 

3. 수업할 때

수업도 마찬가지이다. 전자 기기, chatGPT 같은 핫템(?)을 들여온다고 좋은 수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수업의 성패 및 질을 좌우하는 것은 수업 들어가기-전개-마무리의 유기적 연결성, 학생-교사 및 학생-학생 상호작용 방식 등 아주 기본적인 요소에 놓여있을 때가 많다.


 

 

 

 

 

 

결론


발레도, 피아노도, 수업도, 무엇을 하든 기본기가 중요하다.


삼척의 새벽 바다는 눈으로만 거닐었다.

예배 시각에 늦지 않게 도착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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