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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끔찔끔 짜다가 오늘도 찔끔 독서를 면치 못하는

#1. 감정의 소용돌이 참았던 눈물이 한 번 흘러나오자 그 다음에는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출장지에서도 ’무슨 개똥(이라도 씹은 듯한...이라고 해볼까) 철학자’의 얼굴을 한 상태로 있었다. 어떤 감정의 북받침은 발레학원에서도 이어졌는데, 선생님께서 돌연, 시범 보일 때 수강생들이 따라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었다는 이유로 실제 동작을 할 때 전혀 순서를 일러주지 않겠다고 선포하셨다. 사전 예고도 없이 말이다. 부당하다는 생각이 (동작의 순서를 엉망진창으로 하는 내 모습을 확인한 후의) 민망함으로 변하면서, 또 한 번 나는 울컥 하는 것이었다. #2. 소용돌이가 각인된 매리언 울프의, 아니 나의 p.19~20 우리는 지고한 쾌락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 물리쳐 버렸던 모든 것들: 흥미진진한 대목에서 친구가 ..

도서 2024.07.03

‘죽음의 수용소’에서 사소하지만 품위있는 삶을 추구하기

p.45 가능하면 매일같이 면도를 하게. 유리 조각으로 면도해야 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 때문에 마지막 남은 빵을 포기해야 하더라도 말일세. 그러면 더 젊어 보일 거야. 뺨을 문지르는 것도 혈색이 좋아 보이게 하는 한 가지 방법이지. 자네들이 살아남기를 바란다면 단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어. 일할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중략) 그러니까 늘 면도를 하고 똑바로 서서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그러면 더는 가스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주인공의 막사로 몰래 찾아 온, 아우슈비츠 선배이자 동료가 ‘나’와 동료들에게 건넨 말이다. 기품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비로소 요 며칠 나의 모습이 보인다.순간순간 친절을 잃지 않았는지. (아무리 피곤하고 아프고 바쁘고 불안하여 친절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

도서 2024.07.01

나의 갈 길 다 가도록

나의 갈 길 다 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 내 주안에 있는 긍휼 어찌 의심하리오 믿음으로 사는 자는 하늘 위로 받겠네 무슨 일을 만나든지 만사형통하리라 무슨 일을 만나든지 만사형통하리라 나의 갈 길 다 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 어려운 일 당할 때도 족한 은혜 주시네 나는 심히 고단하고 영혼 매우 갈하나 나의 앞에 반석에서 샘물 나게 하시네 나의 앞에 반석에서 샘물 나게 하시네 나의 갈 길 다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 그의 사랑 어찌 큰지 말로 할 수 없도다 성령 감화받은 영혼 하늘나라 갈 때에 영영 부를 나의 찬송 예수 인도하셨네 영영 부를 나의 찬송 예수 인도하셨네 https://youtu.be/p8rJ93113gk?si=-EacEjhL_KNvgK0T

일상 2024.06.28

삶의 의미를 묵상하며 <죽음의 수용소>를 잠시 펼쳐 들다

모든 음소거되었던 소음이 돌아오고, 차를 몰아 집으로 출발해 오면서 문득,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와서 를 몇 자 읽었다. 살아있으므로. p.25 수감자에게는 모두 번호가 있었고, 그들은 번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p.26 이 수용소에서 저 수용소로 몇 년 동안 끌려다니다 보면 결국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양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만 살아남게 마련이다. (중략) 우리 중에서 정말로 괜찮은 사람들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을....... p.15 (추천의 글) 반면에 프랭클은 신경질환을 여러 형태로 분류한 다음, 그 중에서 누제닉 노이로제와 같은 몇 가지는 환자가 자기 존재에 대한 의미와 책임을 발견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다. 프로이트가 성적..

도서 2024.06.28

안전하지 않은 학급은 강자에게도 위험하다

약체를 조롱하고 딴청 하느라 배움이 일어나기 힘든, 안전하지 않은 모 학급에 대해 피력한 일전의 글을 혹시 기억하시나요?안전한 교실 만들기 - https://hn47749.tistory.com/m/270 안전한 교실 만들기어느 학급에서 안전하지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였습니다. 영어의사소통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학생들이 소리 내어 영어 문장을 읽을 때, 뒤에서 피식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거든요. 처음 일어난hn47749.tistory.com오늘 흥미로운, 아니 슬프게도 저의 예감이 들어맞는 일이 있었습니다. 해당 학급의 전반적인 말하기 평가 성적이 많이 낮더라고요.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가서 점수를 낮게 주었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수업 짝꿍 선생님과 함께 상의해 가며 채점을 했거든요.제가 관찰한 (흥미..

교육 2024.06.27

<모비딕> 한 구절에서 시작해 본, 교사의 화용론

말에는 생각과 감정이 담겨 있지요. 맥락을 파악하면 우리는 짧은 말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생각과 감정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의 한 장면에서 시작하여 실제 사례와 발화의 맥락 분석을 통한 의미 파악을 시도해 보겠습니다.p.392~393 에이해브는 오랜 항해를 통해 비슷한 광경을 여러 번 봤을 테지만, 편집광적인 사람에게는 아주 사소한 일조차 변덕스러운 의미를 갖는 법이다.’나한테서 도망치는 게냐, 너희들?‘ 에이해브는 물속을 굽어보며 중얼거렸다. 별 뜻이 없는 말처럼 들렸지만, 그 말투에는 정신 나간 이 늙은이에게서 그때까지 본 어떤 모습보다 깊고 절망적인 슬픔이 더 많이 담겨 있었다.물론 화자의 판단에 에이해브의 모습이 전에 없이 슬퍼 보였던 것이고, 실제 에이해브가 느끼는 슬픔의 강도가 가장 강렬했는지..

교육 2024.06.25

<모비딕>과 익살과 농담의 역설

p. 345~346 육지 사람들은 고래가 엄청난 힘을 지닌 엄청난 동물이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그 힘과 크기가 얼마나 엄청난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려 들면 사람들은 참 익살스럽게 얘기를 잘한다며 칭찬했다. 영혼을 걸고 얘기하지만, 내 이야기는 모세가 기록한 이집트 재앙의 역사만큼이나 익살과 거리가 멀었다. 웃기려는 시도 없이 웃음을 짓게 하는 순간이 있다. 자신의 생각에 몰두한 사람이 그러하다. 크게 관심이 없었거나, 잘 모르던 주제나 현상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한 결과를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이를 볼 때, 미소를 짓게 된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열정적이며 또 사랑스러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온 마음을 쏟아 이야기하는 아이가, 또한 내일 말하기 수행평가에 몰두하..

도서 2024.06.24

모비딕에서 발렌시아가까지 - 천박성에 대한 고찰

p.356 인간은 강렬한 감정에 휩싸였을 땐 하찮은 고민을 경멸하지만, 그 순간은 금세 지나간다. 인간이라는 피조물의 본질적인 천성은 바로 천박함이라고, 에이해브는 생각했다. 흰 고래가 야만적인 선원들의 마음에 불을 붙이고 야만성을 자극해서 의협심까지 넉넉하게 일으킨다 하더라도, 그리하여 오로지 좋아서 모비딕을 추격한다 하더라도, 좀 더 평범하고 일상적인 식욕을 만족시켜 줄 음식도 먹어야 했다. 옛날 숭고하고 기사도적이던 십자군들조차, 성전을 벌이기 위해 3천 킬로미터가 넘는 산천을 가로지르는 동안 강도질을 벌이고 남의 주머니를 털며 이런저런 부수입을 챙겼다. 그들을 궁극적이고 이상적인 목표에만 엄격하게 묶어 놓았다면, 바로 그 궁극적이고 이상적인 목표가 지긋지긋해져서 등을 돌린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도서 2024.06.23

한 시간만에 금토 IC에서 금토 IC로

금토 IC로 가야 하는데 앗,경부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과천 쪽으로 가야 하는데 앗,성남 쪽으로 접어들었다.가다 보니 금토 IC 표지판이 보인다.58km 걸리는 곳에서 출발한 지 한 시간 만에56km 걸리는 곳으로 돌아왔다.삶이 이런 모습 아니던가.애쓰고 진 빼가며 힘겹게 걸어원점으로 돌아오기도 하는.조카들과 딸들을 태운 차는,마침 발견한 커피숍에 잠시 멈췄다.삶은 또한 이런 것이다.잠깐 멈춰 화장실도 들르고,허기도 채운 후다시 목적지를 향해 가면 된다.그뿐이던가.그 과정에 오고 간 웃음과 사랑의 말들은결코 허망하지도 쓸데없지도 않다.심지어아름다운 피아노곡이 흘러나온다.삶은 이런 것이다.

일상 2024.06.22

연주회의 관찰자가 잠들기 전 남기는 몇 마디

딱히 연주가 만족스러워서는 아니었던 것 같은, 한 번도 틀리지 않던 부분에서 대부분의 관객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미세하지만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있었거나, 오늘따라 넣은 애드리브가 경쾌하게 진행되었거나, 아무튼 두 연주자 사이에서만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환한 미소.한국인의 전반적 클래식 관람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몸소 깨달은, 악장 사이에 딱 한 차례의 박수를 친 유일한 사람, 나.베토벤이나 첼로나 피아노나 연주자의 음악 자체를 좋아해서 온 것이라기 보다는, ‘베토벤’을 감상하는 자리에 평일 시간을 내어 참석하기도 하는 우.아.한 삶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어 하거나, 선율이나 표현이나 호흡보다 눈도장을 찍는 것이 더 중요한 목적이었거나, 아니면 이정도로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행..

문화 예술 2024.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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