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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 독서 일기 - 내 그럴 줄 알았지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11. 5.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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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 3부 '과신(Overconfidence)'에는 사후(事後) 판단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1. 사후 판단의 개념과 예시

 
우리들에게는, 어떤 일이 발생할 확률에 대해 자신이 내린 이전의 판단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긴가민가했을지라도 결과적으로 자신의 추측이 맞으면 분명히 그 일이 일어날 줄 알았노라고 생각하고, 반대로 예상이 빗나가면 자신이 과거에 가졌던 확신의 정도를 매우 낮게 기억하거나 심지어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편향된 사고에 대니얼 카너먼은 '사후 판단'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사후 판단의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 사람은 그렇게 행동할 줄 알았어.
그 모임은 회원이 점점 늘어날 걸 일찌감치 알고 있었지.

 
 
 

2. 사후 판단의 재생산 과정

 
직관력 혹은 예지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이런 류의 판단을 더 많이 내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쩌다가 예측이 맞으면, 자신의 직관력에 대한 확신이 더욱 강해지겠네요. (저는 자아 성찰을 하는 중입니다.) 사람이 저마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축적되면서 세상에 대한 이해가 넓어져서 직관력이 발달하게 되기도 하지만, 자칫 사후 판단의 경향성이 짙어지고 자신만의 인식의 틀에 갇혀 버리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 거기다 기억의 왜곡까지 더해져 '나는 틀리는 법이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겨버리면, 참으로 함께 하기 어려운 사람이 될 수도 있겠군요.
 
 
 

3. 스토리텔링과 사후 판단

 
또한 사후 판단은 어떤 사건의 경위나 원인을 설명함에 있어서 필연성을 강조하고, 과도한 개연성을 부여하는 경향성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명확한 원칙이나 사실에 근거하여 신뢰할 만한 판단을 하는 행동과는 구별되는데요, 사실상 '사후 판단'과 '신뢰도 높은 예측' 사이의 경계가 다소 모호한 순간들도 적지 않을 것 같네요. 예를 들어 어떤 성공적인 영화의 성공 요인을 분석함에 있어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 탄탄한 스토리 전개, 깊은 감동과 적절한 유머, 효과적 홍보 등 다양한 요인을 언급하는 것은 객관적 사실에 기반한 판단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영화가 성공했다고 해서 영화 제작을 위한 투자, 캐스팅, 촬영, 홍보, 상영 등 모든 과정이 성공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미화하는 것은 사후 판단에 해당할 수 있겠습니다.
 
 
 

4. 후광 효과와 사후 판단

 
한편 사후 판단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개념이 '후광 효과'라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후광 효과의 덕을 많이 보는 편인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또 누구나 어느 정도 후 효과를 누리게 되기를 소망하겠지요. 하지만 이러한 후광 효과가 누군가에게는 부정적 선입견으로 기능하거나, 노력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태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후광 효과를 지나치게 동경하거나 의존하는 것은 경계해야겠네요.
 
 
 

5. 버나드 쇼의 묘비명도?

 
혹시,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은 미래완료형 사후 판단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일까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것은 편향된 사고라기 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때때로 후회를 해가며 살아가다가 죽는다는 통찰에서 기인한 조지 버나드 쇼의 날카로운 예측이자 우리를 향한 엄중한 경고일 것 같네요. (이것은 글의 제목을 지으며 떠올랐던 내용이어서 적어봤는데 글의 통일성을 저해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ㅎ)
 
 
 

결론

 
아무쪼록 인식의 오류를 줄이고 '과신'하는 태도를 지니지 않기 위해서는 지적 겸손의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아주 잘 알고 있는 양, 사람의 내면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있는 양 행동하는 것은 무척 민망한 상황을 초래하게 될 것 같기도 하니까요. 또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어 하는 충동을 절제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양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날이 갈수록 편협한 외곬이 되어가는 대신, 나날이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평안한 밤과 기쁜 새 날 맞이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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