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시련을 대함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11. 19.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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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미 전환


배우자를 잃은 괴로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환자에게 빅터 프랭클은 배우자보다 자신이 먼저 죽었을 경우 배우자가 겪었을 괴로움을 떠올려 보도록 하며, 배우자를 위해 애도하는 시련을 겪는 중이라고 말해준다. 환자의 현재 시련의 의미를 상기시킴으로써 시련을 대하는 환자의 시각의 전환을 이끌어낸다. 물살을 틀어 물줄기의 방향을 바꿈으로써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상황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달라진다면, 상황이 주는 무게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오늘 아침에 나도 그랬던 것 같다. 하나님이 나의 지경을 넓히시는 중이라고 생각했고, 또 어려운 순간들을 잘 이겨내고 있는 신앙인으로서 딸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감사할 수 있었다. 나의 메시지를 읽은 아버지가 우셨을 것임을 알고 있다.)
 
 
 

2. 디폴트값 변경


한편 삶은 행복해야만 한다는 현대인의 착각이 불행에 대한 감각을 심화시킨다며 빅터 프랭클은 조지아 대학의 이디스 와이스코프 조웰슨 교수의 말을 다음과 같이 인용한다.
 

오늘날 정신 건강 철학은 인간은 반드시 행복해야 하며, 불행은 부적응의 징후라는 생각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가치 체계가 불행하다는 생각 떄문에 점점 더 불행해지면서 피할 수 없는 불행의 짐이 더욱 가중되는 상황을 만들어 온 것이다. 
-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170면에서 발췌 

 
 
이디스 교수나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인생 자체가 고통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하면, 우리는 주어지는 행복의 순간을 더욱 음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3. 시련의 열매

 
그나저나 수행평가를 하는 와중에 한 아이의 틱이 부쩍 심해진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아이는 어떻게든 자기 힘으로 써보려고 노력하는 대신 손바닥에 빼곡히 적어온 답안을 베껴쓰다가 발각될까봐 두려운 마음에 불안했던 것 같다.) 불안한 순간마다 심해지는 틱 장애가 이 아이(그리고 다른 학급의 아이, 또 다른 아이, ...)의 행동양식에 자리잡게 된 배경에는 어떤 시련이 있어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가 겪어 온 시련이 성숙을 낳지 않고, 도리어 절제하지 못하는 모습(부정행위), 그리고 이로 인한 강박에 시달리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현재 나의 시련이자 도피처이기도 한 많은 일들은 어떤 방식으로 열매 맺게 될 것인가 하고, 고난을 묵상하는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오늘의 고난이 어떤 의미를 지녔음을 발견하게 되고, 응어리 아닌 열매로 맺힐지 기대해 보기도 한다.
그러기 위해 오늘의 고난을 낭비(!)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오늘의 기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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