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죽음의 수용소에서> 독서 일기 - 역설 의도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11. 20.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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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를 거의 다 읽었다. 책에는 빅터 프랭클이 주창한 심리치료 학파인 로고테라피와 관련하여 역설 의도(paradoxical intention)라는 개념이 소개된다. 의지와 상관없이 하게 되는 어떤 행위를 오히려 '하려고' 노력할 때, 극도로 고통스럽게 하는 어떤 문제에 대해 농담을 하게 될 때, 역설적이게도 어떤 행위를 그치게 되고, 속박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불면증 환자의 경우 자려고 노력하는 대신 '잠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말을 더듬는 습관이 있는 경우 '말을 최대한 더듬으려고'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 보라고 빅터 프랭클은 권면한다.
 
 
 

적용 1. 자녀의 행동 교정

 
비슷한 맥락이라기엔 목적과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긴 하지만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늦은 밤이 되었으니 씻고 자라고 아무리 잔소리를 늘어놓아도 꿈쩍도 하지 않는 자녀들이,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밤새도록 그렇게 놀렴.' 말하는 순간 하던 일을 멈추고 잘 준비를 한다거나, 그만 좀 싸우라고 말하는 대신 '그래 계속해라. 머리 쥐어뜯고 싸우지 그러니?'라고 말하는 순간 말다툼을 그친다. (이것은 로고테라피의 역설 의도라기보다 그냥 반어법 혹은 비아냥거림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셋을 셀 때까지 방 정리 해.'라거나, '한 번만 더 양말을 아무데나 벗어놓으면  용돈 깎을 거야.'와 같은 협박성 멘트보다 반어법은 훨씬 더 효과적이다. 청개구리 테라피라고 불러볼까.
 
 
 

적용 2. 학생의 잘못된 행동 지도

1. 용기의 문제로 전환하기
어제는 손바닥에 메모를 빼곡히 적어놓은 학생을 적발하였는데, 오늘은 커닝페이퍼를 발견했다. 1 포인트 미만의 작은 글씨체로 빼곡히 에세이 원고를 적어놓은, 손바닥 1/4 크기의 커닝페이퍼를 시험용지 아래에 깔아 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아니지'라고 말하며 이제까지 작성한 답안을 압수하고 새로운 답안지를 나눠주었다. 오후에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하다고 하기에 학생에게 말했다. 온전히 개인의 도덕성의 문제라기보다 (줄 세우며 압박하는) 평가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유혹이 심한 것은 당연한데 옳은 길을 선택할 용기를 지녀보자고 말이다.
 
2. 성공의 경험으로 전환하기
어제 손바닥에 메모를 남긴 학생을 불시에 불러 우리말 개요와 어휘 목록만 참고한 상태에서 다시 에세이를 작성해 보도록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관련 없는 내용이라고 손 닦고 오기를 거부하고, 흘끗흘끗 보고 작성이 끝난 후에는 문질러 지워 증거인멸을 시도하던) 학생은 아주 훌륭한 답안을 작성해놓고 가면서 죄송했다고 인사를 했다. 학생이 용기 있게 과오를 인정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뻐서 학생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넌 잘 될 녀석이니까 오해받을 행동 하지 말자.

 
학생은 아주 기분좋게 교실로 갔다.
 
두 가지 일화를 '역설'이라는 주제와 굳이 관련짓는 노력을 해보자면, 실패의 순간은 곧 성공의 기회이기도 하다는, 나의 발견의 지점이다. 메모 참고하여 작성했던 에세이를 다시 한번 스스로의 힘으로 작성하면서 학생들은 진짜 영어의사소통능력이 향상되었을 것이고, 잘못을 시인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신뢰와 옳은 선택을 해나갈 용기를 지니게 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렇게 의미를 찾아나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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