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불안의 원인과 해결방안’ 에세이를 채점하며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11. 23.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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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주제로 한 에세이를 쓰는 것이 2학기 쓰기 수행평가였다. 채점을 시작했는데, 두 가지 면에서 놀랐다. 첫째로는, 아이들이 1학기에 비해 정말 많이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미리 작성한 한글 개요와 어휘 목록만을 참고하여 한 편의 에세이를 (사실은 거의 외우다시피) 해야 하는데, 점수를 깎을 만한 구석이 잘 안 보이는 아이들이 제법 보인다.(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변별이 어려울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되기까지 했다.)
물론 학생들의 영어의사소통능력이 전반적으로 좋아진 것을 확인할 기회는 몇 차례 있었다. 영어 발음도 잘 못하는 학생이 약간의 발음 실수가 있긴 하지만 문장을 잘 읽어내고 주어 동사를 찾아 의미를 정확도 높게 해석하는 사례를 수업시간마다 확인하는 중이고(오늘도 점심식사를 하며 학생들의 발전한 모습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으며, 스스로 읽고 해석을 해내고는 ‘와 나 진짜 많이 늘었다’하고 기뻐하는 아이들을 최근에도 세 명 정도 관찰했다), 정기고사 성적 추이를 비교해 본 결과 획득 점수 40점 미만의 하위 학생들이 1학기 중간, 기말, 2학기 중간평가를 거듭하면서 5분의 3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에세이 채점을 하면서 두 번째로 놀란 지점은, 아이들의 학업에 대한 불안도가 정말 높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채점한 일곱 명 중 자그마치 다섯 명의 학생이 학업에 대한 불안을 주제로 잡았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건, 잘하지 못하는 학생이건 저마다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각 과목별로 수행평가를 실시하는 ‘수행평가 러쉬’ 특수가 학생 에세이 주제 선택에 반영이 되어있을 수도 있고, 가정사나 교우관계로 인한 불안은 너무 개인적인 문제여서 쉽게 드러내기 어려웠기에 ‘가장 무난한(?)’ 주제인 ‘학업에 대한 불안’을 선정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몇몇 학생들이 학우들 30명을 대상으로 실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학생의 에세이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85%의 학생들이 자신의 현재 삶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 불안 요인으로 ‘학업 스트레스’를 언급했다고 하니, 학생들의 에세이 주제 선정 비율과 제법 맞아떨어진다. 물론, 불안의 순기능도 분명히 존재함을 우리는 알고 있고, 헨리 뢰디거와 마크 맥대니얼, 피터 브라운은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서 ‘힘들여 배우는 학습의 유익’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인지적으로 더욱 노력해서 극복할 수 있는 어려움은 학습에 깊이와 지속성을 더해준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헨리 뢰디거 외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208면에서 발췌


그런데 내가 위의 발췌문에서 주목해서 읽은 부분은 “극복할 수 있는”이라는 문구이다. 너무 어려서부터 너무 혹독하게 공부, 공부, 또 공부 속에 둘러싸여 있는 아이들에게 과연 학습에 대한 부담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인지 모르겠어서이다.

에세이 채점을 하면서 아이들 생각을 좀 더 읽어봐야겠다.

지난밤 꿈에서는 어느 강의 자리에서 할 말이 도무지 기억나지 않아 쩔쩔매며 헛소리만 하다가 시간이 다 되었는데, 현실에서는 다행히 한참을 고민하다가 한 편 글을 또 쓰기는 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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