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고차원적 사고력 수업에 대한 향수에서 비롯된 생각들
고차원적 사고력 수업에 대한 향수
작년 가르쳤던 학생들이 현재 영어를 가르치고 계신 선생님들께, 작년처럼 어려운 문제도 내주시고 자유 글짓기 같은 것도 내주시면 좋겠다고 요청을 드렸다고 한다. 등급이 안 나올까봐 걱정이 된다기 보다, 수준 높은 내용을 학습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던 것이 첫 번째 이유인 것 같고, 논술형 문항 등 작년 평가문항이 실제 영어의사소통능력 향상과 좀 더 관련이 있는 방식이라고 여긴 것이 두 번째 이유인 것 같다. 아니면, 이상하게 꼬이거나, 아니면 가장 구석까지 잘 암기해야만 잘 풀 수 있는 문항으로 변별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이며 사실 확인이 전혀 안 된 내용이다. (한편 아이들이 수업과 평가에 대한 높은 주도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선생님들이 평소에 얼마나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과거에 대한 향수
며칠 전에는 (작년에는 분명히 peer pressure를 느끼며 수업에 잘 안 들어오려는 학생들과 비슷한 목소리를 내거나 행동을 보이기도 하던) 한 학생이 나에게 다가와 '작년 수업 정말 재미 있었어요 선생님'하면서 밝게 웃었다. 나와 동료 선생님의 수업 방식에 대해 칭찬을 해준 학생에게 진심으로 고마웠고 또 조금은 우쭐해지기도 했지만, 지금 와서 다시 내리는 결론은 인간은 기본적으로 '현재에 만족할 줄 모른다'는 것과, 지나가 버린[(혹은 잃어버리거나 없어진) 후에야 감사함을 아는 경우 가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학생은 아마 현재 선생님에 대해 내년에 감사를 느끼게 되리라는 지점이며, 당장 나의 수업을 듣게 된다 하더라도 학생은 불만족 요인을 금세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가지지 않은 것에 대한 동경
나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엄청나게 좋아 보인다. 톨스토이의 <주인과 하인>을 잠시 읽으며 제법 큰 즐거움을 느끼고는, 오늘 글은 이런 내용을 써볼까, 하고 마음을 먹은 상태이긴 했지만 읽은 분량도, 생각한 내용도 지나치게 짧고 단편적이었기에 글 한 편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확률 또한 높았다. 그런데 발레학원에 다녀와서 책이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는 상황이 되자, <주인과 하인> 독서일기에 대한 갈망이 최고조에 달하는 것이 아닌가. 가지지 못한 것은 좋아 보이게 마련이다.
한편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의 마음은 좌절과 갈망을 일으킴과 동시에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발레 학원에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학습이 느린 나로서는 동작의 순서를 너무도 빨리 습득하는 다른 수강생의 특질이 부럽다. 한편 그 수강생은 비교적 어린 시절 몸에 익힌 동작 등으로 인해 각 동작의 완성도가 높은 편인 나의 특징이 부러울 것이다. 나는 그 분을 닮고 싶어서 동작 암기에 집중하고, 그 분은 나의 표현 능력을 닮고 싶어서 몸을 쓰는 법에 집중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상호간의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학습의 과정이고, 인류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상호 배움의 중요성
이에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친구들과 서로서로 학습할 기회를 최대한 많이 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친구가 아이디어를 산출하고 표현하는 방식, 연상을 통해 지난 학습 내용을 복기하거나 활용하는 방식을 통해 학생들은 영어의사소통능력이 더욱 향상된다. 회의 때에도, 상사 혹은 진행자의 말을 하염없이 듣고 있어야 하는 방식보다는, 서로의 아이디어에 대한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는 등 의사소통을 통한 상호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면 좋다. 회의(혹은 수업) 진행자는 진행에 들이는 힘을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고, 참여자(혹은 학생)는 참여자대로 자신이 주도성을 가지게 되어 책임감과 주인 의식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다 보면 고차원적인 사고를 가동하게 되고, 집단 지성을 통해 문제를 수월하게 해결하게 된다. 집단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지는 순간이다.
실제로 수요일 회의 진행 방식에 대해 브레인스토밍 하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