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생각의 연관성으로 인한 소망, 그리고 언어 교과의 매력
언어는 생각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기도 하지만, 언어가 생각이나 관념을 형성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합니다. 왜, 어떤 말 들으면 그 말이 계속 뇌리에 남기도 하잖아요. 확실히 언어와 생각은 아주 긴밀한 연관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수업을 할 때, 이러한 긴밀한 연관성이 더없이 잘 발현되기를 소망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Linda Sue Park의 <A Long Walk to Water>를 계속해서 읽는 중인데요, 오늘은 난민 수용소로 이동하는 도중 가장 친한 친구인 Marial과 삼촌을 잃는 슬픔을 겪은 직후, 주인공 Salva가 내면의 성장을 겪는 부분을 다루었습니다. 무심하게도 사람들은 유일한 혈육인 삼촌마저 잃고 고아가 된 Salva에 대해, 이동 속도를 늦추거나 사막에서 그랬던 것처럼 울기나 할 것이라고 투덜거립니다. 이렇게 달라진 사람들의 태도에 Salva는 두려움과 좌절을 느끼는 대신 사람들이 틀렸음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바로 다음의 문장입니다.
They are wr ,
and I will prove it.
밑줄 친 부분의 빈칸을 맞추고 한 명씩 돌아가며 읽고 해석하는 활동을 하는데, 이 문장을 읽을 차례인 학생이 글쎄, 지속적으로 왕따를 당해온 학생이 아니겠어요? 저는 속으로 뛸 듯이 기뻤습니다. (분명 하나님의 도우심이었다고 믿습니다.)
학생이 머뭇거리며 발표를 주저할 때, 저는 보통 발음하는 것을 도와준다거나 해석을 도와줍니다. 수업을 진행하는 시간도 절약하고, 무엇보다 학생의 당혹감을 줄여주기 위해서요.
그런데 이 문장을 읽기를 주저하는 아이를, 오늘 저는 도와주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발표를 시작하게 되기까지 5초 이상 침묵이 흘렀던 것 같기도 합니다. 먼저 말을 해주는 대신, 학생이 힘겹게 한 단어 한 단어를 읽어나갈 때, 저는 나지막한 소리로 하지만 힘주어서 각 어절을 되풀이해 주었지요.
(... They are... wrong) 그렇죠. They are wrong, (and I will prove it.) and I will prove it. (... 그들은 틀렸고) 그들은 틀렸고, (나는 그것을 증명할 것이다) 증명해 보일 것이다.
잘했습니다.
아이는 간신히 발표를 마친 후 다시금 책상에 팔꿈치를 고인 채 고개를 숙여 잠든 것 같은 자세를 취했지만, 스스로의 음성과 교사인 제 음성을 통한 메아리가 아이의 마음속에 고요하지만 분명한 파문을 일으켰을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메시지로도 변주되어 오래도록 아이의 마음과 생각에 울려 퍼지면 좋겠습니다.
그래 아이야, 네가 잘못된 게 아니야. 너는 정말 귀중한 사람이야 .
다른 아이들에게도 분명한 의미가 되어 전달되었기를요. 도구 교과인 언어 교과의 특별한 매력입니다.
기쁘고 평안한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