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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기 전에 <작별>을 읽어야 하는 이유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12. 1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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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 마거릿 랜클의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시미즈 하루키의 <작별의 건너편> 등 작별을 소재로 하는 책들은 참 많습니다. 사랑이 영원불변의 소재여서 그런가 봅니다. 또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만남과 헤어짐은 인간이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저마다 다른 양상으로 반복되는 사건이어서 더욱 이야깃거리가 많이 되는지도 모릅니다.
 
한강 작가는 '작별'이라는 단어를 서로 다른 두 글의 제목에 채택하였습니다. 하나는 단편 소설의 제목이 되었고, 하나는 상반되는 문구가 되어 장편 소설의 제목이 되었네요. 저의 예상과 달리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학교 선생님께 <작별하지 않는다>를 먼저 읽을 수 있도록 배려를 받고, 비슷한 시기에 친한 옛 동료분께 <작별>을 추천 받은 것 역시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바쁜 시기라는 핑계로 짧은 글을 먼저 펼쳐든 것도요.

한강 작가의 느리고, 부드럽고, 또 조용한 음성이, 역시 두 글의 필체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작별>이 2018년 김유정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3년 후인 2021년에 <작별하지 않는다>가 출판되었는데, <작별하지 않는다>에 <작별>이 등장합니다. 다음과 같이요.
 

처음부터 다시 써.
진짜 작별인사를, 제대로.
물잔에 빠뜨린 각설탕처럼 내 사적인 삶이 막 부스러지기 시작하던 지난 해의 여름, 이후의 진짜 작별들이 아직 전조에 불과했던 시기에, '작별'이란 제목의 소설을 썼었다. 진눈깨비 속에 녹아서 사라지는 눈--여자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게 정말 마지막 인사일 순 없다.
-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25면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이던 저는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화자가 <작별>의 저자인 한강 작가가 아니겠어요! 그리고 <작별>의 배경은 겨울인데, <작별하지 않는다>는 훅훅 볶는 날씨에 에어컨마저 고장난 여름을 배경으로 시작하네요. <작별>에서 남긴 유서를 다시 쓰라고, 이렇게 삶과 이별할 수는 없다는 소리를, 화자는 듣습니다. 스스로의 내면의 소리인지, 또 다른 주체가 있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그리고 존재의 소멸로 마무리된 <작별>의 주인공과 같이 저자의 생명마저 다하지는 않았음을, 1부의 1장 '결정'의 마지막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없으니까.
단지 그것밖엔 길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계속하길 원한다면.
삶을.
- 같은 책 27먄

 
 
와. <작별>의 저자가 <작별하지 않는다>의 주인공일 뿐만 아니라 <작별>의 주인공이 곧 <작별하지 않는다>의 주인공인 것도 같지요. 인생들이 어쩜 모두 다 연결된 상태에서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 중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듯합니다.
 
 
정말로 <작별>을 먼저 읽어야 할 것 같지요? 한편 <작별>이 수록되어 있는 12회 김유정 문학성 수상집은 절판이 되었답니다. 도서관이나 헌책방에서 구하셔야 할 것 같아요.
 
 
 
(비록 다독을 하고 있지는 못하나) 책읽기의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내일 출퇴근길에  더 읽고 부지런히 글을 남겨야겠습니다.
 
평안한 밤과 기쁜 새 날 맞이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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