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자세히 보지 않고 자세히 보기

글을써보려는사람 2025. 4. 2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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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저급한 표현으로

당신의 결점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들은

알고 보면, 당신이 받는 고통의

몇 배가 큰 고통을 자신에게 주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차라리 다정한 표현으로

당신의 장점을 알려주는 게

그들에게 더 좋은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언제나 사려 깊고

진실한 마음으로

더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부디 최상의 것을 놓치고

지나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명상 시편>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에 수록된 괴테의 시입니다. 타인을 비난하는 말이 결국은 스스로의 괴롭게 할 뿐이므로 더 좋은 것을 선택하라는 말이 더없이 큰 위로가 됩니다. 저는 오늘 제법 침울한 상태였거든요. 무신경하고 친절하지 않으며, 절제되지 않은 말들이 공기를 통해 저의 귀에 닿을 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가 윤동주 시인은 아니지만서도, 잎새에 부는 바람이 참으로 날카롭게 느껴지더군요.

 

 

 

자세히 보지 않기

 

그리고 퇴근길에 서점에 들러 구입한 책을 읽으며 느끼게 된 점은, 사건과, 사람과, 말과, 행동을 하나하나 '분석하려' 들지 말고 관조하는 자세로 들여다보아야겠다는 것입니다. '저 이는 어떤 의도로 어떤 말을 함으로써 어떤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는 중일 거야,' 라고 신경 쓰다 보면, 큰 숲을 보는 눈을 잃어버릴뿐더러, 그만 신경과민의 상태에 빠져들기 쉬울 것 같아서요.

 

예를 들어 지난 주에 너무 속상함을 느꼈던 학급에 들어가서 수업을 하면서, '선생님 물 마시고 와도 돼요?' 질문하는 학생에게 '10분 남았으니 조금 참았다가 쉬는 시간에 갑시다.'라고 했는데 '네.. 가지'라고 답을 하는 학생의 답변을 못 들은 척 그냥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아마도 교사인 저에게 '싸가지 없다'라는 표현을 도전(?!)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살짝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사춘기 청소년들의 반항심을 억지로 통제하려 했다가는 역효과가 더 클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흘려보내기로 했지요.

저도 사춘기 시절에 반항을 많이 해보았기에, 교훈적인 말들이 귀에 들어오지는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삶의 지혜가 축적되면서 학생도 깨달을 날이 오겠지요. 그렇게 된다면 참 다행이고, 너무 많지 않은 시행착오 끝에 깨달음을 얻게 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복입니다.

 

물론, 선을 그어야 하는 순간도 분명 있습니다. 나와 타인, 그리고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요.

 

 

 

자세히 보기

 

한편 놓치지 말고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할 것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것은 각 사람의 내면에, 그리고 자연만물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입니다. 

다음은 오늘 산책하다가 발견한, 교정의 하수구 틈새로 고개를 빠꼼히 내민 민들레입니다. 낙엽을 거름 삼아 얇은 토양에 뿌리내리며, 철창살도 화폭으로 변모시키는 생명력을, 우리는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하겠습니다.

 

 

 

 

 

자세히 보는 눈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타인의 표정도 보살펴줄 수 있게 되고, 또 그러다 보면 내용추론의 단서도 더 잘 찾을 수 있게 되겠지요.

 

한편 요전에 장애인식 교육을 진행하신 강사님께서는 수어를 배우던 시기에 듣고서 의아함을 느끼게 된 인삿말을 들려주셨습니다.

 

바로 "수어를 배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였는데요, 강사님께서는 이 말을 자세히 들여다 본 결과 농인들이 사회의 떳떳한 일원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가기보다, 자신의 언어를 '배워주는' 것으로 감사를 느낄 정도로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셨더라고요. 

 

 

 

 

 

너무 세세한 내용보다는 큰 그림을 바라보게 하는 요약하기, 주제 파악과 같은 활동과, 꼼꼼하게 읽으며 내용을 도출하는 수업 활동을 수업 시간에도 균형감 있게 배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치우치지 않도록이요.

 

 

 

오늘 헤매다가 조금... 되찾은 균형감각(에 대한 생각)이 참으로 감사하게 여겨집니다.

 

평안한 화요일 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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