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명화 감상 일기 - 반 고흐의 그림에는 눈물이 보인다

글을써보려는사람 2025. 6. 6.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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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아트북을 다시 한번 펼쳐 들었습니다.
그의 후기작을 중심으로, 빈센트가 그림에 담아냈을지 모를 눈물을 상상하며 그림을 감상해보려 합니다.
 
 
<오베르의 교회>는 미술적으로 굉장히 완성도 높고 좋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식견이 부족하여 이 그림이 왜 그토록 뛰어난 것인지 잘 이해는 할 수 없습니다. 
 

오베르의 교회(1890)

 
다만 교회로 향하는 여인의 뒷모습이 조금은 슬퍼 보입니다. 사람들이 주변에 없는 것으로 보아 예배가 열리는 일요일은 아닌 듯하네요. 마음에 맺힌 많은 슬픔을 토설하기 위해 조용한 예배당 한 구석을 찾아가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길의 정중앙으로 걷는 대신 한쪽으로 비켜나 걷는 것으로 보아 여인은 평소 다른 행인을 포함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성품이 몸에 배었거나, 혹은 사람들의 눈에 띄고 싶지 않아 하는 내향적인 성향을 지닌 것 같기도 합니다. 혹시나 반대편에서 사람이 나타나 두 눈에 가득한 눈물을 발견하면 어떡하나, 염려하며 모자를 눌러 쓰고 걸음을 재촉하는 중인지도요. 물론 그냥 교회를 지나쳐 다른 곳으로 향하는 중일 수도 있고요.
 
 


 
 
고흐의 후기작의 특징은 짧고 역동적인 선이라고 하네요. 다음 그림을 보시면, 정말 짧고 굵은 선들이 온 하늘과 땅과 나무를 메우고 있습니다. 잎사귀를 스쳐가는 바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고, 구름은 곧 화폭 너머로 흘러갈 것만 같습니다. 사람은 서 있는데 길이 흘러내려가는 중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마치 내 앞에 펼쳐진 길이 나도 모르는 새 나를 어디론가 데려다 놓는 느낌이랄까요?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길(1890)

 
힌편 이렇게 짧고 역동적인 선은 빈센트 내면의 긴장감을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따르면 그는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발작 증세에 대해서도 이해를 하게 되었고, 또 자신처럼 환청 증세로 인해 귀를 손상시키는 자해 행위를 한 다른 환자의 경우에 대해 듣고는 다소 안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병에 대해 이해하고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 흘렸을 고흐의 눈물이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합니다. 무력감, 소외감, 그리고 깊어지는 병세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빈센트는 삶에 대한 경멸과 애착 사이에서 매 순간 팽팽한 갈등을 느낄 수밖에 없었겠지요.
 
갈등의 정도는 저마다 처한 상황이나 타고난 성향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모두가 겪는 마음의 상태가 아니던가요. 누군가의 말처럼 삶은 자기혐오와 자기애 사이의 영원한 진자 운동이니까요.
 


 
 
다음 작품에서도 굽이치는 짧은 선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고흐의 트레이드 마크인 황금빛과 파란빛의 황홀한 대비는 찾아볼 수가 없는 작품입니다. 인고 발터의 분석에 따르면 후기로 갈수록 고흐 내면의 힘이 색채에서 선으로 옮겨갔다고 하네요.
 

올리브 과수원(1889)

 
 
한편 저는 올리브 잎이 바람에 모두 흩날려 더러는 공중으로 더러는 땅으로 흩뿌려지는 중인 것처럼 보입니다. 올리브 나무가 그리스도의 수난을 상징한다고 하지요. 사지를 갈기갈기 찢기우는 듯한 올리브 나무를 바라보는 빈센트의 마음이, 고통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기도 끝에, '버텨낼 용기와 힘을 주세요.'라고 읊조리는 고흐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아마 눈물을 흘릴 기력도 없는 상태의 자그마한 목소리였을 것입니다.
 


 
 
고흐가 남긴 마지막 자화상 속 고흐의 눈을 들여다봅니다.
 
 

자화상(1889)

 
 
고흐는 제 영혼 너머 먼 곳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한편 제가 이번에 아트북을 다시 보면서 새로이 발견하고 또 가장 놀라게 된 점은, <별이 빛나는 밤>의 사이프러스 나무를 표현하기 위해 고흐가 사용한 갈색 물감의 존재입니다. 
 

별이 빛나는 밤(1889)

 
모양과 위치로 보아 사이프러스 나무의 가지를 표현하는 색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초록빛을 잃은 마른 잎사귀인 것 같지요? 요전에 화단을 정리하면서 이렇게 말라버린 잎과 가지를 잘라내던 일이 저는 떠오르더군요. 어느 순간 참 많아진 제 흰 머리카락도 떠오르고요. 생기를 많이 잃고 쇠약해진 것만 같은 사이프러스 나무입니다. 일렁일렁 바람에 춤추며 하늘에 닿아보려 하지만, 닿을 듯 말 듯 가 닿지 못하네요.
 
아, 이를 어쩌나요. 고흐의 마음에는 세상과 삶에 대한 소망이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이 남아있는데 말이지요!
 


 
 
극도의 불안과 고통, 그리고 수많은 눈물 가운데에서도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행복을 느꼈다는 고흐의 열정과 헌신 앞에 숙연해집니다.

감사할 것뿐입니다.
 
 
작품에 대한 설명 및 그림은 인고 발터의 <반 고흐> 아트북과 Penquin Classics에서 발행한 The Letters of Vincent van Gogh, 신문기사 및 인터넷 자료를 참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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