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병명을 진단하고 추이를 추적 관찰하며 적절한 처방을 내리는 의사의 직무보다 간호사의 직무를 AI가 대체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합니다. 로봇은 다친 사람의 붕대를 교체하거나 우는 아이를 달래 가며 주사를 놓는 일은 수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깨지기 쉬운 접시와 그렇지 않은 접시를 구별하여 식기세척기에 넣는 일은 자동화 하기 어려워 인간이 수행해야 한다고 합니다. 물론 간호사의 업무나 음식점 직원의 업무도 언젠가 자동화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이지요.(유발 하라리, '넥서스' 448면 참조)
또한 시와 소설, 미술작품이나 음악의 창작과 같은 창의성의 영역은 AI 기술이 이미 많이 들어와있는 영역인 반면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눈물짓는 일은 감정과 의식을 지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또 로봇은 잘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언어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일과 같은 이중 화법의 진의를 파악하는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에 소개된 함민복 시인님의 산문시 '눈물은 왜 짠가'를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지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 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 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 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 함민복, '눈물은 왜 짠가'
다음은 제가 위의 시에서 파악한 진의, 그리고 상상하며 읽기입니다.
아들은 갈 곳 없는 어머니를 부양할 능력이 없습니다.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어려운 형편인 것을요. 어머니는 고기를 잘 사먹을 수 없는 아들이 혹여 더위를 먹을까 봐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본인의 고질병인 중이염이 도질 것도 아랑곳 않고 아들의 손을 잡아 이끌어 설렁탕 집에 들어갑니다. 아들은 어머니가 걱정되면서도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를 느끼겠지요. 어머니는 이렇게 한평생 아들 생각을 하느라 본인 입을 것 못 입고 먹을 것 못 먹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아들은 어머니의 주름에서 지나온 시간들을 보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고깃국물을 먹이고 싶은 마음에 사장님에게 다대기를 많이 풀었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마음씨 넓은 사장님은 본인 장사도 어렵지만 국물을 더 갖다 주고, 모자가 민망할까 봐 깍두기도 더 갖다 줍니다. 어머니는 '나는 고기 많이 먹으면 못 쓴다'며 손사래를 치는 아들에게 고기를 덜어줍니다. 아들에게 국물을 덜어주고 난 어머니의 뚝배기에는 처음보다 더 적은 양의 설렁탕이 남아 있습니다. 아들은 어머니가 더 부어주신 국물에 깍두기를 넣어 먹는데, 어머니의 사랑과 사장님의 인심에 감동하여 그만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깍두기를 더 세차게 씹어댑니다. 다음에는 어머니 좋아하시는 굴국밥 사드리겠다는 말씀을 드리기에는 갚아야 할 빚이 너무도 많습니다. 처량한 신세를 생각하니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그래서 얼굴을 최대한 찡그려 눈물을 땀과 함께 흘러내리게 한 후 물수건으로 닦아냅니다. 닦을 새도 없이 입으로 흘러들어간 눈물에서 찝찌름한 맛이 느껴집니다.

인간으로서 저는 오늘을 더욱 인간답게 살아내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사람 냄새나는 아름다운 하루 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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