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의 역사 5

<추의 역사> 완독 인증 - 그림체와 인간의 마음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Op.23 No.4 선율이 귓가에, 머리 속에 맴도는 채로 움베르트 에코 를 일회독했다. 정독한 구간도, 흘려읽기와 발췌독을 겸한 구간도, 그림만 눈으로 훑은 구간도 있지만 그래도 옮긴이의 말이 나오기까지 책장을 한 장씩 모두 넘기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림체와 인간의 마음신기했던 점은 처음 접하는 작품일지라도 그림체만 보고 살바도르 달리인지, 구스타프 클림트인지, 오딜롱 르동인지, 에곤 쉴레인지 알 것 같더라는 점이다. 가랑비에 옷이 조금 젖었는가 보다.또한 읽으면서 깨달은 점은, 마음 속에 있는 것이 그림과 말과 행동이 되어 밖으로 표출되어 나온다는 점이다. 탐욕이 가득한 마음에서는 이기적이고 잔혹한 말과 행동이 나오는가 하면, 그리스도를 품은 마음에서는 그리스도의 성품이 ..

도서 2024.10.29

<추의 역사> - 추함의 아름다움과 아름다움의 추함

특히 인간 자신의 생식보다 더 추하고 더 불쾌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사실 시커먼 피, 더러운 씨, 불길한 월경, 악취 나는 정액의 혐오스러운 혼합은 몹시도 역겨운 것이 될 것이다. ... 그럼에도 이것들은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필요하며, 모든 좋은 것들의 시작이다. 그렇다면 자연의 추함이란 좋은 것이 아닌가? - 안토니오 로코 재인용 (움베르트 에코 149면) 당황스러우면서도 반박할 수 없는 서술입니다. 생리적 욕구를 통해 생명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창조주께서 왜 이런 (때때로) 추잡하게 여겨지는 것들을 인생의 밑바탕에 설계해놓은 것일까, 하는 것은 답을 얻을 수 없는 근원적 질문이지요. 안토니오 로코는 감미롭고 예쁜 것이 곧 역겨운 것이고 역겨운 것이 곧 아름다운 것이라는 통찰 끝에 추..

도서 2024.10.26

<추의 역사>와 괴물

4장 괴물들과 기이한 것들에서는 일반적이거나 ’정상‘ 범주에 들지 않아 기괴하게 여겨지고, 따라서 이상하게 시선을 끄는 대상, 즉 괴물에 대해 다룹니다. 다음의 시를 살펴보시죠. 루이지 풀치 ‘모르간테’, V (1483~1482) 그는 머리가 곰 같고 털이 수북하고 의기양양하며, 한 입에 바위를 박살 낼만큼 강한 엄니를 가졌네. 혀는 온통 비늘에 덮였으며 한쪽 눈은 가슴 한가운데 붙었으니 부리부리한 눈알은 폭이 두 뼘이라. 수염은 머리털만큼 덥수룩하고 두 귀는 당나귀 귀요 길고 이상한 팔엔 억센 털이 났네. 가슴과 몸도 온통 털투성이요, 손과 발엔 긴 손톱 발톱이 자랐네. 마른 땅에선 신발을 신지 않고 맨발에 벌거벗고서 개처럼 짖으면서 다니는구나. 누구도 이처럼 흉측한 괴물을 본 적 없으니, 손에는 마가..

도서 2024.10.24

움베르트 에코 <추의 역사>를 읽으며 생각해 본 은유의 역할

를 읽어나가는 중입니다. 오늘은 ‘은유’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지금이야 성경이 세계 각 나라의 언어로 번역이 되었지만, 성경 번역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전, 게다가 문맹률이 높던 시절에는 글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성경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성경의 이야기를 이미지로 옮기는 삽화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기독교에 대한 이해 없이 서양미술사를 논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림 언어와 은유 그런데 묵시록(계시록)의 내용을 표현한 작품들은 그 자체로 성경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즉, 성경의 이야기를 재현한 하나의 ’은유‘ 혹은 ‘표식’일 뿐, 실체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다음 그림을 보고 또 해당 성경구절을 살펴보겠습니다. (요한계시록 13장 / 개역개정) 1...

도서 2024.10.20

<추의 역사>와 죽음

움베르트 에코의 를 읽는 중입니다. 순교자와 죽음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생각한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합니다. 역병, 기근 등으로 인해 기대수명이 짧았던 중세시대에는 죽음은 삶과 떼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고 합니다. 형제 자매, 부모, 친지, 이웃의 죽음이 늘 곁에 있었으니까, 죽음을 외면할래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한편 현대인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갑니다. 영아 사망률이 낮아져 평균수명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염색과 성형수술, 각종 시술을 통해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많고, 영양상태가 좋아 이제는 꼬부랑 할머니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류는 각종 난치병도 속속 정복하며 기대수명도 날로 높아지고 있지요. 다음은 말기 췌장암 완치 판정을 받은..

도서 2024.10.19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