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다가 무심코 문가 천장에 시선이 머물렀다. 제법 큰 벌 한 마리가 거미줄에 걸려 버둥거리고 있었고, 벌의 오분의 일 크기 정도 되어 보이는 거미가 벌을 껴안듯 붙어 있었다.(에서 읽은 내용과 그 이후에 벌어진 상황을 종합해 보니, 아마도 벌을 마비시키는 중이었던 것 같다.) 이윽고 거미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벌의 무게를 지탱하던 거미줄 중 일부가 끊어진 모양인지 별안간 벌이 아래쪽으로 툭 내려왔다. 거미가 다시 위쪽의 거미줄 중심부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더니--아마도 위에서 연결되어 벌의 몸에 연결되어 있는 줄을 찾으려는 시도 같았다--벌 주위를 돌아 다시 올라가는데, 벌의 몸체도 함께 조금 들려 올라갔다. (이쯤에서 나는 화장실에 들어간 목적은 거의 잊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