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수용소에서 9

악한 군중, 그리고 인간에 대한 신뢰

지속적인 멸시와 비웃음으로 인해 공황장애 증상을 겪고 있는 준형(가명)이가 조퇴를 하기 위해 가방을 싸는데 바로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들이 말한다. "준형이 옷은 어디서 사는지 궁금하다." "준형이는 어디에 살까." (여기까지는 웅성웅성거리는 소리로만 들렸고, 아래와 같이 말한 학생을 따로 불러 이야기했을 때 알게 된 내용이다.) "준형이 집에 살겠지." 내 귀를 의심했다. 바로 옆에 있는 아이에 대해 아이들이 대놓고 쑥덕거리고 있었다. 마치 아이가 투명인간인 것처럼, 벽인 것처럼. 아이가 문을 닫고 나가자마자 더욱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거면 자퇴를 하던가..." 아이는 무시당해 마땅할 뿐만 아니라 학급의 행복을 위해 제발 없어졌으면 좋겠는 존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쩌다가..

교육 2024.11.21

<죽음의 수용소에서> 독서 일기 - 역설 의도

를 거의 다 읽었다. 책에는 빅터 프랭클이 주창한 심리치료 학파인 로고테라피와 관련하여 역설 의도(paradoxical intention)라는 개념이 소개된다. 의지와 상관없이 하게 되는 어떤 행위를 오히려 '하려고' 노력할 때, 극도로 고통스럽게 하는 어떤 문제에 대해 농담을 하게 될 때, 역설적이게도 어떤 행위를 그치게 되고, 속박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불면증 환자의 경우 자려고 노력하는 대신 '잠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말을 더듬는 습관이 있는 경우 '말을 최대한 더듬으려고'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 보라고 빅터 프랭클은 권면한다. 적용 1. 자녀의 행동 교정 비슷한 맥락이라기엔 목적과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긴 하지만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늦은 밤이 되었으니 씻고 자라고 아..

교육 2024.11.20

시련을 대함

1. 의미 전환 배우자를 잃은 괴로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환자에게 빅터 프랭클은 배우자보다 자신이 먼저 죽었을 경우 배우자가 겪었을 괴로움을 떠올려 보도록 하며, 배우자를 위해 애도하는 시련을 겪는 중이라고 말해준다. 환자의 현재 시련의 의미를 상기시킴으로써 시련을 대하는 환자의 시각의 전환을 이끌어낸다. 물살을 틀어 물줄기의 방향을 바꿈으로써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상황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달라진다면, 상황이 주는 무게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오늘 아침에 나도 그랬던 것 같다. 하나님이 나의 지경을 넓히시는 중이라고 생각했고, 또 어려운 순간들을 잘 이겨내고 있는 신앙인으로서 딸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감사할 수 있었다. 나의 메시지를 읽은 아버지가 우셨을 것임..

도서 2024.11.19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를 21세기 교육에 적용한다면

1. 살아야 하는 이유 상기시키기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참고 견딘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을 인용하며, 내가 '성취해야 할 목표'와 아직 '이루지 못한 현실' 사이의 간극에 대한 인식을 의미하는 정신적 긴장의 효용을 이야기한다. 쉬운 말로 하면,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 생을 포기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빅터 프랭클의 경우 수용소에서의 삶을 견딜 수 있었던 원동력은, 수감된 직후 박탈당했던 원고를 다시 써서 출판해야만 한다는 의지였다고 한다. 이렇게 가치 있는 실행 목표를 상기시킴으로써 신경증 환자가 좌절을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 빅터 프랭클이 주창한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이다.나로 하여금 좌절의 순간을 극복하도록 만드는 요인(기독교 용어로 표현한다면 소명의식이 될 것이다..

교육 2024.11.17

희망과 절망 사이 (feat. 죽음의 수용소에서)

출근길에 등굣길의 아이들을 관찰하며 깨달은 사실이다. 7시 55분쯤 약간 여유 있게 교실에 도착할 가능성이 있는 시각에 교문을 통과하는 학생들은 열심히 뛴다. 조금만 달리면 시작종 이전에 교실에 도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7시 58분 전후의, 늦을 것이 확실한 시각에 교문을 통과하는 학생들은 뛰지 않는다. 지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희망이 없기에, 뛰기를 포기해 버린 것이다. 죽도록 뛰어서 20초 늦으나, 걸어서 2분 늦으나 지각 처리가 되는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에는 삶에의 희망을 잃은, 그래서 곧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다음과 같이 묘사되어 있다. 우리는 모두 이 순간을 두려워했다. 대체로 이런 현상은 아침에 수감자가 옷 입고 세수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아니면..

교육 2024.11.16

어떻게 죽어갈 것인가

#1. 한국 부자들과 미국 부자들의 행복 조승연씨는, 우리 나라의 대부호가 다른 나라의 부자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나라의 경우 대체로 남부러울 것 없는 부자들이 ‘사무실’에 있다고 분석한다. 타인의 인정과 영향력을 중시하는 문화가 부자들의 선택에도 반영이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편 미국에서 생활할 때 듣고 깜짝 놀란 점은, 미국 ‘할배’들의 로망은 평생 번 돈으로 요트를 한 척 사서 휴가를 즐기며 유유자적하는 노년을 맞이하는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어째서 그 많은 돈으로 빌딩이나 비싼 집을 사지 않고 요트를 사는 것일까,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추구하는 ‘가치관’이 달라서 그런 것이다. https://youtu.be/6eLbXYzyOHs?si=0vm75_y1278-3RQU..

일상 2024.09.08

작은 행복에 감사하며

p.82 만약 두 시간 (그동안 감독이 줄곧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만에 공습경보가 울려 작업이 중단되고, 그 후 작업조가 다시 편성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 지쳐서 죽었거나 아니면 죽어 가는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대형 수레에 실려 수용소로 되돌아왔을 것이다. (중략) 우리는 아주 작은 은총에도 고마워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이를 잡을 시간을 준다는 것도 반가운 일이었다. p.83 마침내 요리사 F 앞으로 난 줄에 서는 행운을 잡았다는 것이었다. 우리와 같은 수감자 출신인 요리사 F는 커다란 국 냄비를 앞에 놓고 사람들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내미는 그릇에 수프를 퍼주고 있었다. 그는 수프를 퍼 주면서 그릇을 내민 사람을 쳐다보지 않는 유일한 요리사였다. 자기 친구나 고향 사람에게는 몇 알 안 되는 감자를 ..

일상 2024.07.15

‘죽음의 수용소’에서 사소하지만 품위있는 삶을 추구하기

p.45 가능하면 매일같이 면도를 하게. 유리 조각으로 면도해야 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 때문에 마지막 남은 빵을 포기해야 하더라도 말일세. 그러면 더 젊어 보일 거야. 뺨을 문지르는 것도 혈색이 좋아 보이게 하는 한 가지 방법이지. 자네들이 살아남기를 바란다면 단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어. 일할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중략) 그러니까 늘 면도를 하고 똑바로 서서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그러면 더는 가스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주인공의 막사로 몰래 찾아 온, 아우슈비츠 선배이자 동료가 ‘나’와 동료들에게 건넨 말이다. 기품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비로소 요 며칠 나의 모습이 보인다.순간순간 친절을 잃지 않았는지. (아무리 피곤하고 아프고 바쁘고 불안하여 친절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

도서 2024.07.01

삶의 의미를 묵상하며 <죽음의 수용소>를 잠시 펼쳐 들다

모든 음소거되었던 소음이 돌아오고, 차를 몰아 집으로 출발해 오면서 문득,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와서 를 몇 자 읽었다. 살아있으므로. p.25 수감자에게는 모두 번호가 있었고, 그들은 번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p.26 이 수용소에서 저 수용소로 몇 년 동안 끌려다니다 보면 결국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양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만 살아남게 마련이다. (중략) 우리 중에서 정말로 괜찮은 사람들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을....... p.15 (추천의 글) 반면에 프랭클은 신경질환을 여러 형태로 분류한 다음, 그 중에서 누제닉 노이로제와 같은 몇 가지는 환자가 자기 존재에 대한 의미와 책임을 발견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다. 프로이트가 성적..

도서 2024.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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