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27

명화 감상 일기 - 반 고흐의 그림에는 눈물이 보인다

반 고흐 아트북을 다시 한번 펼쳐 들었습니다.그의 후기작을 중심으로, 빈센트가 그림에 담아냈을지 모를 눈물을 상상하며 그림을 감상해보려 합니다. 는 미술적으로 굉장히 완성도 높고 좋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식견이 부족하여 이 그림이 왜 그토록 뛰어난 것인지 잘 이해는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교회로 향하는 여인의 뒷모습이 조금은 슬퍼 보입니다. 사람들이 주변에 없는 것으로 보아 예배가 열리는 일요일은 아닌 듯하네요. 마음에 맺힌 많은 슬픔을 토설하기 위해 조용한 예배당 한 구석을 찾아가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길의 정중앙으로 걷는 대신 한쪽으로 비켜나 걷는 것으로 보아 여인은 평소 다른 행인을 포함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성품이 몸에 배었거나, 혹은 사람들의 눈에 띄고 싶지 않아 하는 내향적인 성향을 지닌..

문화 예술 2025.06.06

명화 감상 일기 - 카라바조를 감상하며 나를 받아들이기

문득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있습니다.피아를 구분하느라 온 정신을 집중하며 치열한 한 때를 보내다 보니, 남은 것은 떳떳함도, 성취감도, 통쾌함도 아닌 바로 허망함임을 깨달을 때의 어떤 느낌입니다. 이긴 사람은 없고 상처받은 사람만 있습니다. 재물, 명예, 권력 등 어떤 것을 지키려고 싸우거나 무언가 쟁취하려고 애쓴 뒤에는 대개 그렇습니다. 골리앗의 머리를 베어 들고 있는 다윗의 표정에도 알 수 없는 씁쓸함이 서려있는 것만 같습니다. (카라바조는 다윗의 얼굴에도, 골리앗의 얼굴에도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고 하지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졌다는 나르시수스와 달리, 카라바조의 나르시수스는 슬픔에 잠긴 것만 같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 보아도 칭찬할 만하..

문화 예술 2025.05.18

명화 감상 일기 - 고흐는 지금도 꿈을 꾸는 중일 거야

수업 준비를 하고, 또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인고 발터가 집필한 아트북을 읽는 중입니다. 첫 번째 그림은 입니다. 어느 날 밤 고흐는 면도칼을 든 채, 자신과 크게 다툰 뒤 집을 나선 고갱을 따라갔다고 하지요. 고갱을 해칠 생각은 없었고 서운함을 표출할 목적이었다고는 하나 고갱이 기겁을 했던 것은 안 봐도 뻔하지요. 놀란 고갱은 집으로 가는 대신 여관으로 가고,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잘라내 사창가의 한 소녀에게 건네주었다고 하고요. 이 일을 계기로 고흐가 머물던 마을인 아를 전체가 난리가 났다고 하지요. 그야말로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졌으니까요. 잘린 귀 조각을 받아 든 소녀는 얼마나 끔찍했을는지요. 한편 매독의 증상 중 하나는 환청과 같은 정신착란 증세라고 합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향해 속삭..

문화 예술 2025.05.06

알폰스 무하를 통해 묵상하는 한 사람의 역할

오늘은 민족 화가로서 알폰스 무하의 헌신을 돌아보며 '한 사람'의 역할을 새겨보고자 합니다. 알폰스 무하는 민족 화가로서 정체성을 갖게 되기 전부터도 상류층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도 예술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예술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민족의 어려움에 대해 마음을 쏟게 되었고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지배를 받던 슬라브 민족의 독립을 꿈꾸며 무하는 작품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다음은 기금 마련을 위해 제작한 복권 포스터입니다. 한 소녀가 책과 연필을 든 채 서 있고, 소녀의 뒤로는 엄마가 비탄에 잠긴 채 웅크린 자세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는 중입니다. 자녀의 학비를 마련하기는 커녕 먹을 것을 구하기도 힘겨운 비참한 상황을, 앙상한 가지가 드러내고 있는 듯합니다...

문화 예술 2025.04.30

알폰스 무하 전 감상 후기 - 균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노릇노릇 구운 빵 껍질의 균열, 썩기 직전의 잘 익은 올리브에도 고유한 아름다움이 있다. 무르익어 고개를 숙인 옥수수, 사자의 눈썹, 멧돼지 입에서 흘러나오는 거품.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미의 기준에는 못 미치지만, 저마다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매혹시킨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중에서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균열인데, 이 균열들이 모여서 아름다운 전체를 이루는 조화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일상은 슬프고 괴로운 일들로 가득한데 하루와 일주일과 한 달이 모인 우리의 인생은 한 편의 영화처럼 여겨지는 것처럼요. 어제는 삼성동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알폰스 무하를 다시 한 번 감상하고 왔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얼룩과 물감 번짐이 제법 많더라고요. ..

문화 예술 2025.04.27

명화 감상 일기 - 알폰스 무하를 통해 내면을 들여다 보기

알폰스 무하를 감상하는 아침입니다. 알폰스 무하는 당시의 유명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의 포스터 작업을 하면서 이름을 날린 이래로, 여성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작품을 다수 창작하였습니다. 여성 뒤로 보이는 원형 도상을 통해 후광을 표현하여 신성한 느낌을 부여하였다고 하지요. 다음은 이라는, 제가 알폰스 무하의 작품을 처음 접하고 가장 좋아하게 된 작품에서도 열두 개의 별자리를 그려넣은 원형 도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생각에 잠긴 듯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눈빛과, 보일듯말듯한 미소, 그리고 바람에 흩날리는 듯한 머리카락이 마치 힘겨운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관조적인 태도를 지니게 된 한 여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듯합니다. 그림 상단의 좌우편에 잎사귀에는 붉고 작은 열매들도 맺혔고, 가지가 얽히고 섥..

문화 예술 2025.04.25

틴토레토의 <세족식>을 감상하며 묵묵한 사랑을 묵상하기

오늘은 틴토레토의 을 감상하려 합니다.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기 전에 먼저 관련 성경구절인 요한복음 13장을 함께 살펴보시죠. 1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2 마귀가 벌써 시몬의 아들 가룟 유다의 마음에 예수를 팔려는 생각을 넣었더라3 저녁 먹는 중 예수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자기 손에 맡기신 것과 또 자기가 하나님께로부터 오셨다가 하나님께로 돌아가실 것을 아시고4 저녁 잡수시던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시고5 이에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씻으시고 그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를 시작하여 3절의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세족식은 최후의 만찬 중에 이루어지..

문화 예술 2025.04.16

나의 손실 회피 전략과 고흐의 쉽지 않았던 선택

대니얼 카너먼의 4부 선택 장에는 전망 이론이 소개됩니다. 어떤 선택이 이익 또는 손실 중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에 대한 전망에 대한 판단이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카너먼은 우리가 이익을 좇기보다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선택을 내리는 경향성이 있다는 분석을 하는데요, 이를 손실 회피 전략이라고 명명합니다.  예를 들어 피곤한 저녁에 졸음을 참고 글을 쓸지 말지에 대해 고민을 하는 어떤(^^;)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글을 쓸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글쓰기의 효용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함으로써 내적 성장을 이루었다는 성취감자신 및 독자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만족감글이 자신과 타인의 삶에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 유익   쉬운 선택 한편 글을 써..

문화 예술 2025.04.09

한국 문화를 꿈꾸다 #5 - 비관적 낙관주의자

허리가 아파 합법적으로(?) 발레 학원을 제끼고 독서를 하였습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불안한 소식뿐인데 가만히 누워 석학의 눈을 통해 나와 세상을 성찰하는 시간이 참 감사하게 느껴지더군요. 오늘은 대니얼 카너먼의 을 읽고 생각한 바를 정리하고자 합니다. 결론은 우리는 비관적 낙관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무지를 알지 못하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합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의 재무 책임자는 시장을 예측하는 자신의 직감이 무척 뛰어나다고 믿지만, 사실상 매우 동떨어지고 합리적이지 않은 예측을 내릴 때가 많다고 하고요, 중환자실에서 사망한 환자의 부검 결과와 사망 전 의사의 진단 내용을 대조한 결과 40%가 오진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과학 문명의 발달로 2025년 현재의 수치..

문화 예술 2025.03.24

모네도 르누아르도 아름다워서 삶이 기쁘다

다음 두 작품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풍경을 보고 서로 다른 두 화가가 그린 작품입니다. 작품의 제목도 로 동일합니다. 위의 작품은 르누아르가, 아래의 작품은 모네가 그렸다고 합니다.       전반적인 색감이 르누아르는 붉은 계열의 빛이 적절히 들어가 따스한 느낌을 주는 반면 모네는 푸른 계열의 물감 위주로 채색하였네요. 대상을 표현하는 붓질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르누아르는 나뭇잎의 처리도, 사람들의 옷도 섬세하게 나타낸 반면, 모네는 대담하게 가로선을 사용하여 나룻배 주변의 넘실거리는 물결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였습니다. 르누아르의 그림에 비하면 모네는 사람들을 '대강' 표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섬세한 표현'은 모네가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누가 더 옳을까..

문화 예술 202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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