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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위한 게으름

간만에 한껏 게으름을 피웠다. 자고 싶은 만큼 자고, 치고 싶은 만큼 피아노를 쳤으며(몇 년 간 악보를 펴지도 않던 초기에 배운 곡들마저 한 번씩 시도해 보았고, 그 중 몇 곡은 제법 기억을 되살려 더듬더듬 연습을 해보기도 했다), 읽고 싶은 만큼 책을 읽었다. 잠이 오기에 ‘게으름’에의 미련을 버리고 부지런히(?) 책을 덮었다. 나름 이유는 있다.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 상상하는 중이다. 은퇴 준비를 시작하시는 목사님의 글과 생각이 왜 그토록 아름답게 느껴졌는지, 수업 회의 할 때 우리는 왜 맨날 웃고 우는지, 어떤 것들은 영속적인 아름다움에 속하고 어떤 것들은 곧 사그라질 것들이며, 또 어떤 것들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어떤 것들은 아름답지 않음의 범주에 속하는지, 아이들에게 이러한 생각을 해보도록..

일상 2024.09.14

이야기의 힘 - 나의 수치는 너의 몰입, 그리고 이것은 우리의 성공

인트로. 오늘의 수업은요 오늘 한 학생이 작성한 학습일지를 보여드릴게요. 어떤 수업이었고 무슨 이야기가 오갔던 것인지 한번 맞춰 보세요.     저도 다시 한번 읽어보며 학생 글의 맥락에 드러난 오늘 수업을 되돌아보는데, 또 웃음이 납니다. 오늘 글의 주제는 학생들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이야기의 힘입니다. 학생들과 함께 알랭 드 보통의 발췌독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타인이 나를 불명예스럽게 깎아내린다고 해서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성적 사고를 가동함으로써 건강한 자아상을 형성할 수 있다는 내용을 토의토론과, 협업을 통한 영작 활동을 하며 학습하였습니다.   수업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백 한 가지 요인들 변명부터 하자는 것은 아닌데요, 수업이 잘 진행되지 않는 순간도 분명 있다는 점을 ..

교육 2024.09.11

나 자신부터 설득하면 일도 수업도 수월해진다

선생님들께 모여주십사, 요청을 드려야 하는데 머뭇거려진다. 시험출제 마감을 앞두고 진도가 바쁜 시기에 “또 모여서 뭘 하시라”는 요청이 버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인지상정이다. “또”라는 말을 하는 우리의 마음 상태를 잠시 들여다 보자.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이는 단순히 귀찮음이나 성가심을 느끼는 상태와는 다르다. 오히려, 의미를 찾지 못하겠고 (과정이나 결과의) 변화 없이 단순 반복되는 어떤 행위나 대상에 대한 식상함 혹은 피로감이 담긴 마음에 가깝다. 즉, 내가 귀한 시간을 들여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을 때 우리는 ’또야?‘하며 짜증을 표하게 된다는 것이다. 접근 방식을 바꾸어 보아야겠다. 지금 이 모임이 내가 속한 공동체와 나의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나부터 곰곰 ..

교육 2024.09.10

어떻게 죽어갈 것인가

#1. 한국 부자들과 미국 부자들의 행복 조승연씨는, 우리 나라의 대부호가 다른 나라의 부자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나라의 경우 대체로 남부러울 것 없는 부자들이 ‘사무실’에 있다고 분석한다. 타인의 인정과 영향력을 중시하는 문화가 부자들의 선택에도 반영이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편 미국에서 생활할 때 듣고 깜짝 놀란 점은, 미국 ‘할배’들의 로망은 평생 번 돈으로 요트를 한 척 사서 휴가를 즐기며 유유자적하는 노년을 맞이하는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어째서 그 많은 돈으로 빌딩이나 비싼 집을 사지 않고 요트를 사는 것일까,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추구하는 ‘가치관’이 달라서 그런 것이다. https://youtu.be/6eLbXYzyOHs?si=0vm75_y1278-3RQU..

일상 2024.09.08

종이와 연필, 무를 썰어 넣은 사랑, 그리고 수업 진행 꿀팁

1. 종이와 연필에 대한 신념 연구팀의 발견에 따르면 사실상 학습 유형 이론의 타당성을 입증한 연구는 없었으며 몇몇 연구는 학습 유형 이론과 정면으로 반대되는 결과를 얻었다. 또한 연구팀의 검토 결과 교육 유형이 과목의 특성과 맞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 p.191  인지심리학자인 헨리 뢰디거, 마크 맥대니얼, 피터 브라운은 저서 에서 시각, 청각, 읽기, 운동 감각 등 학습자가 선호하는 학습 유형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저마다 선호하는 학습 유형에 의거한 학습의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밝힙니다. 시각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자질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시각을 활용한 학습을 하는 것이 양질의 배움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비슷한 맥락에..

교육 2024.09.05

수업이 원만하지 않았던 이유: 이야기의 부재

불안한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획한 수업에 대해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오늘 수업 이후 무언가 석연치 않았던 불편함의 정체를, 매리언 울프의 발췌독을 하며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 고민 지점과, 수업에서 부족하다고 보이는 2%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지요. 1. 수업의 흐름 1.1. 교과서 지문을 통한 문제의식 공유 타인과의 끊임없는 비교, 그리고 열등감과 불안의 폭력적인 재현의 모습을 직시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이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를 글의 형태로 담아내도록 몇몇 장치를 선생님들과의 논의 끝에 마련하였습니다. 먼저 신체적 장애가 있어 미식축구 선수로서는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팀에서 사랑받는 존재인 주인공이, 경기 종료 직전 투입되어 극적인 득점을 해내는 교과서 본문에..

교육 2024.09.04

카너먼의 평균 회귀 이론에 대한 교사의 반박 (피드백의 중요성)

오늘 저녁에는 중 인과관계 와 평균 회귀(regression to the mean)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기록을 하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 더 드는 생각은, 논리와 통계는 그 자체로 온전하지 않으며, 이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생각은 평균 회귀에 대한 대니얼 카너먼의 주장을 읽으면서 더욱 공고해졌는데요, 평균 회귀의 개념과 이에 대한 저의 생각을 서술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평균 회귀란 평균 이상의 결괏값 다음에는 평균 이하의 결괏값이, 평균 이하 다음에는 평균 이상의 기록이 나와 결과적으로 '평균'이라는 수치가 형성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 평균 회귀의 개념입니다. 이러한 이론을 도출하는 시발점이 된, 카너먼의 반박의 대상이 된 공군 비행 교관의 일화는 다..

교육 2024.09.01

대니얼 카너먼의 결합 오류가 시사하는 적용점 두 가지

대니얼 카너먼은 2부 어림짐작과 편향 중 15장에서 결합오류(conjunction fallacy) 개념을 소개합니다. 결합오류의 정의와 예시, 그리고 적용점을 함께 살펴보시죠. 결합 오류의 정의와 예시 A일 확률과 A이면서 동시에 B일 확률 중 더 일어날 확률이 높은 것은 조건이 하나인 A이지만, 어떤 개연성 혹은 유사성을 부여할 경우 사람들은 기본적인 논리 규칙을 무시하고 A이면서 B일 확률에 가중치를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31세의 미혼이며, 직설적이고, 똑똑하고, 철학을 전공했고, 차별과 사회 정의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반핵 시위에도 참가한 경험이 있는’ 가상의 인물 린다의 직업으로 더 확률이 높은 순서를 매기라고 할 때, 대다수의 피실험자가 린다가 ‘은행 창구 직원’일 확률보다 ‘은행..

도서 2024.08.31

가치 판단과 대니얼 카너먼의 시스템 1 & 2

대니얼 카너먼은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고 직관적으로 사고하고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 '자동 반사'와 같은 사고 과정을 시스템 1, 직관에 의존하지 않고 신빙성 있는 근거를 통해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을 시스템 2라고 명명하였다. 귀찮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시스템 2를 적극적으로 구동할 때, 오류가 적은 판단을 내릴 확률이 커진다고 그는 설명한다. 오늘 나는 이것을 가치 판단의 영역에 대입해 설명해 보고자 한다. 가치 판단을 할 때 오랜 숙고의 과정 없이 즉시 가동되는 것은 나의 이해관계 혹은 단기적 손익에 대한 계산(시스템 1)이다. 한편 좀 불편하기도 하고 인내하며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것은 타자와 공동 선(善)에 대한 고찰, 혹은 장기적 발전에 대한 고려(시스템 2)이다. 어떤 정책이 ..

일상 2024.08.30

감정과 판단 - 나를 위해 상대의 감정을 지켜주기

감정의 영향력 대니얼 카너먼은 에서 폴 슬로빅 연구팀이 주창한 '감정 어림짐작' 개념을 인용합니다. 사람들이 어떤 대상을 좋아하는가, 혹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감정적인 요소가 판단과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데요, 대개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이 감정에 휘둘리기 보다는 여러 요인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를 통해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고 믿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이 연구결과는 우리의 판단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다소 떨어뜨릴 수도 있겠습니다. (겸손을 잃지 않게 만든다,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나을까요?) 그래서 무언가 예민한 사안에 대한 이야기를 논하거나, 판단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가 제법 중대한 경우에는 판단에 대한 충분한 검증 및 숙고의 과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감정을 배려하며 갈등 해결하기  오늘 아..

카테고리 없음 202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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