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5

한국 문화를 꿈꾸다 #5 - 비관적 낙관주의자

허리가 아파 합법적으로(?) 발레 학원을 제끼고 독서를 하였습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불안한 소식뿐인데 가만히 누워 석학의 눈을 통해 나와 세상을 성찰하는 시간이 참 감사하게 느껴지더군요. 오늘은 대니얼 카너먼의 을 읽고 생각한 바를 정리하고자 합니다. 결론은 우리는 비관적 낙관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무지를 알지 못하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합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의 재무 책임자는 시장을 예측하는 자신의 직감이 무척 뛰어나다고 믿지만, 사실상 매우 동떨어지고 합리적이지 않은 예측을 내릴 때가 많다고 하고요, 중환자실에서 사망한 환자의 부검 결과와 사망 전 의사의 진단 내용을 대조한 결과 40%가 오진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과학 문명의 발달로 2025년 현재의 수치..

문화 예술 2025.03.24

<이반 일리치의 죽음> 5장 독서일기 - 자신과의 대화

5장은 3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장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처남이 이반 일리치를 보고 탄식 소리를 가까스로 삼킵니다. 처남의 반응에 이반 일리치는 자신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더욱 깨닫고는, 문을 걸어 잠그고 거울을 들여다봅니다. 문을 잠그는 행위는 타인과의 단절, 그리고 자신과의 독대를 상징하지요. 이반 일리치는 어쩔 줄 몰라 하는 처남의 시선으로부터도, 남동생을 의식해 유달리 잘 대해주는 아내의 가식으로부터도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 거울을 들여다보는 행위는 성찰의 시간입니다. 정면도, 측면도 요모조모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는 나의 내면과 외면,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봅니다.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아이의 방에 거울을 놓아주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어디..

도서 2024.10.13

<이처럼 사소한 것들> 독서일기 - 이야기에 대한 성찰

인간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야기를 사랑한다. 이야기는 우리를 갈망한다. 이야기는 언어와 문화를 전승 및 학습하는 중요한 도구이며, 상호 돌봄 및 공동체 유지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우리 삶의 원동력이다. 이야기는 공해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말들을 너무도 쉽게 입에 올린다. 테니스장에서 돌아오신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000씨의 술버릇이 얼마나 고약한지, ***씨 와이프가 얼마나 눈화장을 짙게 하는지, @@@씨의 자녀가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말씀하실 때마다 나는 마음 한 켠에서 깊은 공허함을 느꼈던 것 같다. (커서 되돌아보니 그랬던 것 같다는 이야기이고, 과거 십대의 내가 실제로 뒷담화의 현장에서 공허함을 느낄만큼 성숙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다음은..

도서 2024.06.02

여행지에서

여행지에서의 밤이 힘겨울 것이다. 왜 안 그렇겠는가. 피곤하기도 하고, 낯설기만 한 곳인데. 너무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없다는 아이의 투정에, 그러게, 하고는 속으로 한 마디 덧붙인다. 너도 어릴 때 여행 가면 밤에 많이 울었단다. 그러면 엄마는 달래고, 또 달래다가 버럭, 화를 내기도 했지. 건너 방 엄마처럼. 여행은 그런 것이다. 낯설고 불편한 곳에서, 나를 하염없이 돌아보기도, 인생들을 들여다보기도 하는 것. 어쩜 사는 모습들이 하나같으면서도 다른 모양으로 들 살아가는 것인지. 뒷목이 당겨와 이른 시각부터 한 잠 자다 깨어 언제 다시 잠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상 2023.12.30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윤리적 딜레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마주할 때가 있다. 내가 지닌 가치관과 신념에 맞지 않는 일을 앞에 두고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순간이나, 혹은 심지어 옳다고 믿지만 상반된 두 가지 이상의 선택지가 이 내 안에서 충돌을 일으키는 순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고민하는 과정은 엄청난 내면의 갈등을 가져온다. 핵무기를 개발한 오펜하이머도 그랬을 것이다. 세계 2차 대전을 일으키고 대량 학살을 자행한 전범 나치보다 빨리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오펜하이머는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쏟아부었다. 플루토늄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하게 된 오펜하이머는, 동시에 자신이 개발한 대량살상무기가 가져올 파괴력으로 인해 윤리적 딜레마에 빠진다. 나치의 잔혹행위를 멈추어야 한다는 명분과 이로 인해 얻..

일상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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