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종환 교수의 <교양인을 위한 분석미학의 이해>를 읽고 있습니다. 미학이라는 학문의 정의를 설명하기 위해 학문을 분류하는 기준부터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참 좋은 개론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옛날 옛적 철학 시간에 배웠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설명도 이해가 참 잘 되더라고요. 제가 문해력이 많이 향상된 탓인지, 아니면 책이 워낙 쉽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인지 헷갈릴 정도였으니까요!
저자에 따르면 미학은 아름다움에 대한 철학적 사고를 하는 학문이라고 합니다. 철학적 사고는 '왜?'라는 질문을 거듭함으로써 '그냥 그렇다'고 믿고 있었던 맹목적인 믿음의 본질에 대한 사유를 하는 것이고요. 따라서 미학은 기본적으로 '무엇이 아름다움인가? 왜 그것이 아름다운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학문이겠습니다.
한편 플라톤의 단순 모방론에 대한 설명에서 저는 의구심이 든 부분이 있어 오늘 독서일기에서는 이에 대한 메모를 남기고자 합니다. 먼저 플라톤은 다음의 이유로 미학을 비판했습니다. 그림이 우리 눈에 비친 대상의 모습을 '단순히 모방'한 것에 지나지 않고, 대상의 본질적 속성인 이데아를 나타내는 데 실패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오종환 교수는 책에서 플라톤의 비판처럼 '실제처럼 보이는지'의 여부가 미술품을 판단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그림에 대한 이러한 사고방식은 전통적인 것이기도 하다. 고구려의 솔거가 뛰어난 화가였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하는가? 그가 소나무 그림을 그렸더니 학이 날아와 앉으려 하였다는 일화는, 그림 속의 소나무 모습이 너무나 실물 같아서 새도 속을 정도였다는 것이니, 여기서 그림의 훌륭함을 판단하는 기준은 그것이 얼마나 실제처럼 보이는가다. (중략) 그림이 실제 사물의 모습을 그대로 나타낼수록 훌륭한 그림이라는 생각은 동서양 모두에서 가장 오래된 생각인 것이다.
- <교양인을 위한 분석미학의 이해> 65~66면에서 발췌
저자께서 동양 미학에 대해 오해를 하고 계신지, 아니면 제가 너무 국지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만 갖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장훈에 따르면 동양에서는 '꼭 실제처럼 보이는 화법'을 낮게 평가하고 대신 대상의 '정신'을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더라고요. 다음의 발췌문을 보시죠.
고개지는 그림을 그릴 때 대상의 정신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우선 대상을 꼼꼼하게 잘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게 해야 대상의 본질 혹은 정신성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 개념을 전신사조라고 합니다. 한자의 뜻 그대로 '정신이 전해져 그림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이를 위해 이형사신, 즉 '형상으로써 정신을 표현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 이장훈 <동양화가 처음인 당신에게> 99~100면에서 발췌
그렇다면 오종환 교수가 플라톤의 미학 비판에 대한 이해를 돕느라고 한, 동서양을 막론하고 '실제 사물의 모습을 그대로 나타낼수록 훌륭한 그림'이라는 설명은 동양미학 혹은 적어도 '전신사조'에 해당하지는 않는 듯합니다. 즉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혹시 전신사조의 내용을 동양미학의 정신으로 어느 정도 일반화할 수 있다면, '대상의 모습을 단순히 모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미학에 대한 플라톤의 비판은 동양미학에 대해서는 제기할 수 있는 문제의식이 아닌 것 같고요. 오히려 대상의 '정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동양 화가들의 시도를 알았다면 플라톤은 칭찬을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플라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데아의 세계를 눈에 보이는 어떤 구체적 대상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에 비판을 가한 것이고, 또 플라톤이 활동한 시대와, 전신사조 화풍이 시작된 시기 사이에는 대단히 큰 간극이 있는 것 같지만 말이지요.
옥의 티를 찾았다고 생각하여 신이나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궤변에 그친 것 같기도 하네요.
아름다움에 대한 사유를 좀 더 깊이 할 수 있도록 책을 더 열심히 읽고 더 깊이 사유해야겠습니다. 혹시 동양미학이나 플라톤에 대해서 견해가 있으신 경우 댓글 부탁드려요.
행복하고 평안한 저녁과 밤 시간 맞이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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