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윌리엄스의 <스토너>의 고전 문학으로서의 가치가 최근에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는 책의 명성을 먼저 듣고 책을 읽었는데,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도 큰 감동을 느끼지 못하고 조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큰 반전이나 울림을 주는 결말이 없이 무난하게 글이 흘러가고 맺어지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책의 여운이 짙어지는 듯한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네요. 태어나 자라고, 열정에 휩싸였다가 사그라지기도 하고, 사랑이 왔다 가기도 하는 등 '한 사람의 인생이 정말 그러하겠다', 하는 공감과 함께 내가 지나온 삶, 앞으로 걸어갈 삶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되더라고요. 여러분께서도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 작품을 수업에 활용한다면 어떤 재미있는 수업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에 책의 결말에 대한 언급이 들어있습니다.)

첫 번째, 책을 영화화한다고 생각하고 인물 캐스팅하기 아이디어입니다. 스토너, 이디스, 그레이스, 고든, 캐서린 등 등장인물의 외양, 혹은 성격이나 심리가 묘사된 부분을 찾은 후 모둠별 회의를 통해 각 인물에 어울리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스토너를 영문학의 길로 인도한 아처 슬론 교수에 대한 다음의 묘사를 보시죠.
강의를 맡은 앛처 슬론 교수는 50대 초반의 중년남자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얕보고 경멸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 사이의 간격이 너무 커서 그 간격을 좁히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키는 평균이었고, 길쭉한 얼굴에는 주름이 깊이 패어 있었으며, 수염은 항상 깨끗이 깎았다. 그리고 갑갑하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반백의 곱슬머리를 빗어넘기는 습관이 있었다. 목소리는 단조롭고 건조했는데, 그는 표정도 억양도 없이 입술을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말하곤 했다. 하지만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의 움직임에는 우아함과 확신이 배어 있어서, 그의 말에 목소리 대신 어떤 형태를 부여해 주는 것 같았다.
- 존 윌리엄스 <스토너> 18면
인물의 묘사가 상당히 상세하지요? 이렇게 시니컬하고, 열정적이면서도 지극히 절제된 모습으로 수업을 하는 반백의 교수 역할은 어떤 배우가 적임자일까요? 이를 학생들이 찾아보도록 하는 것입니다. 정말 즐거워할 것 같지요? 이와 연계하여 묘사하는 글쓰기를 해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가족, 단짝친구 등을 묘사해 보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때 타인이 나를 관찰하는 방식이 내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충격을 받으면 곤란하므로 이왕이면 인물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을 가지고 묘사하도록 당부하거나, 혹은 자기 자신을 타자화 하여 묘사해 보도록 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자신을 묘사하면서 스스로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겠고 말이지요.
두 번째 아이디어는 작가의 인물에 대한 공감도 추론하기 활동입니다. 작가가 누구에게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덜 공감하면서 글을 썼을 것 같은지 맞추어 보면서 작가가 어느 인물에게 애정을 가장 많이 쏟았는지 판단해보는 것입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스토너의 부인인 이디스에 대해 작가가 충분한 공감을 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디스의 행동에 개연성이 다소 떨어지거든요. 이디스가 갑자기 자신의 어린 시절 물건이며 옷가지를 불태운 후 패션과 성격에 급격한 변화를 주게 된 원인이나, 사교 활동을 열심히 하다가 별안간 가정에 다시 충실하게 된 점, 스토너가 제자와 불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에도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점 등 이디스라는 인물에 대해 작가는 충분한 고민을 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저는 들었거든요. (혹시 책을 읽으신 독자께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따라서 학생들이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작가가 어느 인물에게 가장 공감을 하고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은지 차례대로 나열해 보도록 하면, 학생들이 논의를 하면서 작품에 대해 더 심도 있는 이해를 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아이디어는 스토너가 가장 사랑한 인물이 누구였을지 상상하고 그 인물에게 죽기 전 마지막 편지를 써보기 활동입니다. 암 선고를 받은 스토너가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맞이했을 때 아마도 자신의 삶과 사람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에게 편지를 남긴다면 그 편지의 수신인이 누구일지 맞춰보고, 그 인물에게 편지를 남기는 것입니다. 이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은 아마도 자신의 삶과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스토너의 입장이 되어 메시지를 남기면서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감사를 더욱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수업 활용 방안을 함께 알아보았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책을 한번 더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면 분명 색다른 발견을 풍성하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여러분께도 책을 추천드리고, 또 제 수업 아이디어들도 추천해 드립니다. 특히 오늘 소중한 이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은 어떨는지요?
행복하고 소중한 9월 맞이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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