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오늘도 이어령 선생님의 어록을 필사합니다. 이런 어른이 우리나라에 계셨다는 것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저도 열심히 읽고 사색하여 이어령 선생님을 닮아가고 싶습니다.
나무 이파리들은 수천수만 개의 잎이 있어도 각도가 다 다르다. 그래야 햇볕을 쬘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방향으로 나면 전부 그늘이 될 것인데 다른 방향으로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똑같이 햇볕을 받을 수가 있다. 놀라운 세계다. 인간들도 나무 이파리처럼 서로 방해하지 않고 공생할 수 있는 그러한 배열을 알 수만 있다면 분쟁이 생길 일이 없다.
- <이어령의 말 Ⅱ> 113면
우리는 자기의 직장 내 비리를 고발하는 사람을 밀고자라고 부르지만 미국에서는 ‘휘슬 블로어whistle-blower(호루라기 부는 사람)’라고 한다. 이름 하나로 부도덕한 밀고자가 다른 곳에서는 반칙한 선수에게 경고의 호루라기를 부는 당당한 심판자가 된다.
정치적인 시선과 그 행위는 언제나 이름 짓기, 이름 부르기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한쪽에서 의식화라고 부르는 것을 반대편에서는 세뇌화라고 한다. 다양한 의견은 중구난방, 자유경쟁은 약육강식이 되고, 사소한 일상적 언어 표현에서도 신중한 사람은 우유부단한 사람, 신념은 고집불통, 열정은 광기로 각기 평가의 수식어가 달라진다.
- 같은 책 131면
수원 화성을 만들 때 골머리를 앓은 거예요.
너무 아름답게 만들려고 하니까. 그래서 신하들이 성이라는 것은 적을 물리치기 위해서 튼튼하게만 짓고 강하면 되지, 뭘 그걸 그렇게 아름답게 지으려고 그러십니까.
이렇게 신하들이 간하는 것을 보고 정조가 얘기하더라.
“아름다운 것이 힘이니라. 아름다운 것이 강한 것이니라.”
이런 군주를 가졌다는 것이 저는 참 자랑스러워요.
어느 군주가 이런 말을 해요?
- 같은 책 143면
어디엔가 친절이 남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친절을 받아들일 만한 마음은 아무 곳에도 없다.
이제 대가 없는 친절이란 의심과 경계를 살 뿐이다.
도리어 공포와 불안을 준다. 무상의 시대는 지나가고 말았다. 남에게 친절하지 않은 것이 도리어 친절이 되는 세상인 것이다.
- 같은 책 166면
뜸 들이는 그 시간은 생산하는 시간도 소비하는 시간도 아니다. 그래서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것을 한낱 낭비로 보고, 지나치게 용감한 사람들은 비겁자의 주저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신한국인들이 뜸 들이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 때 비로소 한을 풀 수 있는 성숙한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같은 책 181면
전쟁터에서 칼로 적을 죽인 사람과 활로 쏘아 죽인 사람은 느낌이 다를 거 아냐? 그런데 그게 활이 아니라 더 멀리 떨어져서 사람을 죽이는 미사일이라고 생각해봐요. 사람을 죽였다는 실감이 나겠어? 그래도 잘 모르겠으면 캐나다에서 대학 강의실에 들어와 여학생들을 모아놓고 쏘아 죽였던 그 유명한 사건을 놓고 생각해보자고. 총으로 수많은 학생을 죽여놓고도 태연하기만 했던 그 범인이 막상 저항하는 한 여학생을 칼로 찔렀을 때는 당황한 나머지 결국 자살하고 말아. 총을 쏠 때는 컴퓨터 게임을 하는 느낌과 별 다를 게 없었던 그 범인도 타인의 몸을 칼로 직접 찌르는 순간, ‘이것이 살인이구나’라는 아날로그 감각이 되살아난 거지.
- 같은 책 182-183면
‘책임’이라는 말을 영어로 리스판서빌리티responsibility라고 하지요. ‘대답하다’라는 뜻의 리스판스response와 ‘능력’이란 뜻의 어빌리티ability가 결합된 말이지요. 결국 내 인생에 책임을 지려면 나는 내 인생에 대해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같은 책 200면
평안한 밤 되셔요.

728x90
'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종원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독서일기 - 힘을 주는 사람 (15) | 2026.02.10 |
|---|---|
| <이어령의 말 Ⅱ> 필사 - 3 (4) | 2026.01.04 |
| <이어령의 말 Ⅱ> 필사 (7) | 2026.01.01 |
|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독서 일기 - 본인은 오죽 답답했을까 (16) | 2025.12.29 |
| 유발 하라리 <넥서스> 독서 일기 - 러다이트 운동은 아니지만 (8) | 2025.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