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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 계속 간다는 말은 밤이 계속 밤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밤이 자꾸 어두워지면 환한 새벽이 된다. 겨울이 아주 추워지면 봄이 된다. 이건 논리적인 게 아니다. 추우면 자꾸 더 추워져야 되지 어떻게 최고로 추워지면 그때부터는 따뜻해지는 걸까. 순환하니까 그렇다. 직선이라면 끝장까지 간다. 어둠이 끝장까지 가고 추위가 끝장까지 가면 여러분들에게는 희망이 없다. 그렇지만 우리의 계절, 우리의 시간, 우리의 삶은 계속해서 순환을 한다.
- <이어령의 말Ⅱ> 226면
가장 불행한 사형수는 어쩌면 특사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그 기대를 버리지 못한 채 형장으로 끌려가는 자다. 부질없는 기대는 사형보다 더 큰 형벌이다. 인간은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사는 이중의 형벌을 지닌 수인이다.
- 같은 책 236면
속이 빌수록 치장을 많이 한다. 화려한 꽃일수록 쓸모 있는 열매가 열리지 않는 법이다.
- 같은 책 252면
씨앗은 당장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슬기로운 농부는 씨앗을 먹지 않는다. 씨앗은 간직하는 것이고, 개량하는 것이고, 내일을 위해 뿌리는 것이다. 눈앞에 있는 것을 거두어들이기 위해서 낮부터 가는 사람들은 씨를 보존하거나, 그것을 뿌리는 자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 같은 책 271면
생의 진정한 목표란 과연 무엇인가?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서 우리는 뛰는가? 그 삶의 목표는 정말 가치가 있는 것인가?
'헛되고 헛되니 또한 헛되도다'라는 이러한 물음에 비껴가려면 슬픔을 모른다는 바쁜 꿀벌들처럼 오직 일만 해야 한다. 눈가리개를 한 말처럼 한곳으로만 트인 시야를 향해서 정신없이 뛰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곤충과 달라서, 당연히 질문하고 회의하고 끝없이 자기 해체를 시도한다.
- 같은 책 274면
그릇을 텅 비워야 새 물로 채울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지금까지 한 이야기도 일단 듣고 나면 이내 지워버리고 자신의 생각으로 가슴을 채워야 합니다.
제 말을 잊어주십시오.
이것이 제가 역설적으로 부탁하고 싶은 말입니다.
- 같은 책 303면
삶이란 생 하나만으로 굴러갈 수 있는 수레가 아니다.
삶과 죽음의, 아니다, 죽음과 삶의 두 바퀴가 있을 때 비로소 굴러가는 수레인 것이다.
지금 우리가 가장 많이 잃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죽음이다. 죽음이 배제된 문명 속에서는 생명 존중의 싹이 자랄 수가 없다. 그림자 없는 빛처럼 삶은 그 입체성을 상실하고 평면화하고 만다.
- 같은 책 312-313면
여러분은 다 어디에서 태어났습니까? 어머니의 어두운 태내에서 생겨났지요. 여러분의 생명의 근원은 그 어둠 속이었습니다. 우리들이 가난에 시달리고 고난에 시달렸던 그 어둠, 바로 그 어둠으로 인하여 생명의 빛이 온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어두웠던 과거, 우리의 과거는 오히려 밝은 미래로 환치될 수도 있습니다.
- 같은 책 3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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