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푸른 저녁'을 감상합니다.

어스름이 내린 저녁 시간입니다. 노천 식당 테이블에 손님들이 둘 혹은 셋씩, 더러는 혼자 앉아 있네요. 셋이 앉은 테이블도 동행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합석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천장에 달린 등조차 함께 달린 듯하면서도 서로를 밀어내며 외따로 달려있는 것만 같네요.
그림 가운데에서 약간 왼편에는 진한 화장을 한, 웨이트리스로 보이는 여성이 서있습니다. 주문을 받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한 눈에 보아도 친절하고 상냥한 자세나 표정은 아니네요. 혹시 친절한 모습으로 손님을 응대했다가 함부로 대해진 아픈 경험이 있었던 것일까요? 그러다가 그녀는 '내가 센 사람처럼 보여야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을 거야.'라는 결론에 이르렀는지도 모릅니다.
그나저나 저는 그림의 중앙에서 조금 오른쪽에 있는 어릿광대의 무표정한 얼굴에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그는 눈을 내리깐 채 담배를 물고 있네요. 앞에 함께 앉게 된 사람들이 자신과의 합석을 꺼려한다고 생각하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이왕 함께 앉게 된 것 같이 웃으며 식사를 하면 좋으련만, 그가 어릿광대의 모습을 하고 경험한 세상은 그에게 그렇게 따뜻하고 호의적이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는 어느 상황에서도 웃고 있어야 하고 또 누군가를 웃게 만들어야만 하는 존재니까요. (비)웃음과 조소의 대상이 되는 존재이니까요. 지금 그는 누군가를 신나게 웃게 해준 후일까요, 아니면 곧 웃게 해주어야 하는 상황일까요. 어느 쪽이든, 삶의 무게가 너무나 무겁고, 또 삶이 그저 외롭습니다.
어릿광대 바로 뒤에 등지고 앉은 여성은 자리가 좁기도 했겠지만, 어쩌면 일부러 옆으로 조금 피해서 앉아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누가 아나요, 담배를 피우고 있는 어릿광대에게 경멸어린 시선을 슬쩍 던지며 의자를 소리나게 옮겼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만일 그랬다면, 아마 어릿광대는 의자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약간 돌리다가 말았을 것 같습니다. 불편한 시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마음이 너무 따끔거리니까요.
오늘 준비한 명화 감상은 여기까지입니다.
미세먼지가 심합니다. 호흡기 건강 유의하시고 행복한 저녁 시간 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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