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에서 내리는 눈은 소리 없이 사각사각 내려와 소복소복 싸이며 강아지와 어린이들이 뛰놀게 만드는 눈이 아닙니다. 다음은 '폭설' 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눈에 대한 묘사들입니다. (59) 흰 새들의 길고 찬란한 띠(60) 눈이란 원래 하늘에서 내리는 게 아니라 지상에서부터 끝없이 생겨나 허공으로 빨려 올라가는(63) 잿빛 하늘과 아스팔트 사이의 허공을 촘촘히 꿰매는 무수한 흰 실들(67) 수천수만의 새떼같은 눈송이들이 신기루처럼 나타나 바다 위를 쓸려 다니다 빛과 함께 홀연히 사라진다.(71) 숨막히는 밀도의 저 눈보라(71) 어디까지 구름이고 안개이고 눈인지 구별할 수 없는 저 일렁이는 회백색 덩어리(74) 허공 위로 고운 소금 가루 같은 눈발이 반짝였다.(87) 버스 앞유리의 와이퍼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