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외국인 친구를 사랑하기
대만에서 친구가 사촌동생과 함께 놀러 왔다. 10년 여 전 대만에서 처음 만난 오랜 인연이다. 한국문화에 관심이 있어 한국어교실에 등록했던 소녀가 이제 사회인이 되었다.
요리사인 사촌동생을 소개하며, 공부를 못해서 요리를 배웠다고 덧붙였다.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사촌동생은 요리사인 자신을 소개하는 사촌언니의 말을 듣는 내 얼굴에 스치는 당혹감을 보고, 어리둥절하면서도 멋쩍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내가 다급하게 말했다.
요리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잖아요. 게다가 요리동아리 학생들을 보면서, 요리가 얼마나 치유하는 힘이 있는지를 깨달았어요. 동생한테 통역해 주세요.
사촌동생의 얼굴이 밝아졌다. 요리해서 나눠주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2. 지하철 옆 사람을 사랑하기
피곤을 견딜 수가 없어 눈을 붙이려는데, 지하철 옆 아저씨가 아주 큰 소리로 전화통화를 시작하더니 맺을 줄을 모른다. 덕분에 어제 어떻게 얼마나 술에 취하게 되었고 지금 어디에 어째서 가며 누구를 만나는지를 듣고 듣고 또 들었다.
팍팍한 나름의 삶의 고충을 털어놓으며 삶을 사랑하고 있는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참는 것이었다. 목소리가 참 좋으시구나, 오늘 늦게까지 푹 잘 쉬셔서 잘 되었구나, 하는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그리고 20분 정도 후 도저히 내가 힘겨운 지경이 되었을 때, 미소를 띠고 정중하게 이야기했다.
저, 조금만 작은 소리로... (꾸벅)
3. 자녀를 사랑하기
열이 펄펄 끓는 아이를 위해, 학교에서 얻어온 후 열어보지도 못하고 베란다에 내놓았던 유자를 꺼냈다. 채점할 것이며 업무가 쌓여 있는 통에 정말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깨끗하게 씻어 씨앗을 골라내며 잘게 잘게, 곱게 곱게 다지고, 켜켜이 흑설탕을 뿌려가며 유자청을 만들었다.
4. 청년 세대를 사랑하기
이대남이 사회적 문제라면, 이대남을 설득하고 가르치려는 노력보다는, 그들의 입장을 편견 없이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인터넷 검색과 전자책 미리보기를 이용해 <20대 남자, 이대남은 지금 불편하다>를 읽었다.
젊은 남성들의 삶이 참으로 얼마나 힘들까, 생각을 더욱 하게 된다. 기성세대인 교육자로서 어깨가 정말 무거워진다.
5. 결론
사랑의 결과,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어깨와 목이 많이 아파온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스트레칭을 해가며 글을 쓴다.
유자청을 나누고 싶은 아침, 햇살이 아름답다.
사랑하며 오늘을 살아가기를 다짐하며, 예배당으로 향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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