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간 읽던 책 두 권을 완독한 후 몇몇 단편 소설을 읽었습니다. 그 중 아모스 오즈의 단편소설 <친구 사이>를 읽은 소감을 간략하게 정리할까 합니다. 홀아비인 나훔 아셰롭은 자신의 열일곱 살 난 딸이 자신의 친구이자 딸이 다니는 학교 선생이자 바람둥이인 다비드 다간과 동거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딜레마에 빠집니다. 딸과 친밀하면서도 딸을 존중할 줄 아는 아빠로서, 또한 친구로서 딸에게도, 다비드에게도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울화를 있는 그대로 표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종종 이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맞닥뜨리죠. 고심 끝에 나훔은 딸이 집에 두고 간 교과서를 들고 다비드의 집에 찾아갑니다. 그리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슬픈 목소리로 묻고는, 교과서를 탁 내리치지도 문을 쾅 닫지도 못한 채 돌아옵니다.
제가 이 단편소설을 읽으며 참 좋았던 부분은 탁월한 심리 묘사입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서두를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탁아소를 지나 굽이굽이 돌아가는 먼 거리를 택했다."
다비드 집에 찾아가서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몰라 고뇌하며 서성이는 마음이 그의 행동 묘사에 담겨 있습니다. 우리도 마음의 정함이 없는 순간에 목적지에 이르는 가까운 길 대신 일부러 먼 길로 돌아서 가기도 하잖아요. 그런 순간들이 떠오르더라고요. 한 군데 더 예를 들어 볼까요?
"안경에 맺힌 빗방울이 시야를 가렸다."
안경에 맺힌 것은 빗방울일까요, 아니면 나훔의 눈물일까요? 어쩌면 둘 다이겠지요.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딸을 데리러 가는 길이지만, 끝내 딸을 데리고 올 수 없을 것임을 그는 또한 너무도 잘 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막상 딸을 마주하는 순간의 묘사도 기가 막힙니다.
"나훔의 가슴속에는 분노도 비난도 일지 않았다."
우리도 온갖 생각에 잠겨 마음이 출렁출렁 널뛰다가도 막상 그 대상이나 상황을 마주하면 놀랍게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때가 있잖아요. 나훔에게는 딸과 대면한 그 순간이 그러했는가 봅니다. 제발 집으로 가자, 여기서 뭐 하니,라는 마음 속 말들은 더더욱 안 나왔을 것 같네요.
제가 참 먹먹해서 밑줄을 그은 또 다른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문득 사랑이란 것이 인생에서 부딪히는 또하나의 장애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가오면 얼른 머리를 숙이고,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어떤 것."
나훔은 딸의 사랑이 못내 너무 가슴이 아팠던가 봅니다. 그리고 딸의 사랑이 끝나버릴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마음으로 알았나 봅니다.
딸을 찾으러 가는 때의 망설임과 슬픔, 딸을 만난 직후의 마음, 사랑에 대한 통찰까지 참 공감이 되네요. 저는 오늘은 이 단편만 읽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아래의 책을 구해서 다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럼 평안하고 기쁜 토요일 저녁 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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