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따옴표 속 용어들의 공통점을 한 번 찾아 보세요.
플라톤의 '동굴',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의 사다리', 데카르트의 '전능한 악마', 다윈의 '생명의 나무', 니체의 '유희',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프로이트의 '말馬', 마르크스의 '유령', 하이데거의 '숲길', 하이에크의 '미끄러운 경사길'
- 김용규 <생각의 시대> 168면에서 발췌
찾으셨나요? 위 용어들의 공통점은 사상을 표현하는 데 쓰인 '은유'라는 점입니다. 플라톤이 이데아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동굴'에 현상계를 비유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 존재의 위계 체계를 설명하기 위해 '사다리'에 위계를 비유했습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대상 사이의 공통점을 찾아 빗대어 설명하는 수사 기법인 은유는 문학적 장치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군요.

은유를 잘 사용하는 사람은 공통점을 잘 뽑아내는 사람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만은 남에게 배울 수 없는 것이며, 천재의 표상이다. 왜냐하면 은유에 능하다는 것은 서로 다른 사물들의 유사성을 재빨리 간파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은유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고 합니다. 은유가 중요한 것을 보니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가 보군요. 김용규는 그의 저서 <생각의 시대>에서 '비유사성은 단지 대상의 물리적 자질을 비교하기만 하면 드러나지만, 유사성은 대상들의 자질을 비교한 다음 둘 사이의 공통점을 찾아내는 언어적이고 논리적인 추론 과정을 거쳐야만 얻어지기 때문'에 유사성을 찾아내는 과정이 더 어렵다는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인용합니다.
은유를 잘 사용하는 사람은 창의적인 사람
게다가 은유는 '동일성'이 아니라 '유사성'을 찾는 일이기에, 원관념에는 들어있지 않은 '낯선' 것이 필히 들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현상계'와 '동굴'은 동일하지 않은 낯선 조합이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은유에 능한 사람은 유사성을 찾아내는 데에도 능통하지만 동시에 창조성을 발휘하는 데에도 탁월한 사람이라는 것이죠. 아리스토텔레스가 '은유는 천재의 표상'이라고 말한 데에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가 봅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이기에 창의적으로 서로 다른 개념을 연결하는 융합적 사고에 능통한 인재가 우리에게 더욱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은유를 사용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한편 김용규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가 잘못 이야기한 것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이것(은유를 사용하는 능력)만은 남에게 배울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 지점이라고 하네요. 학자들에 따르면 은유를 사용하는 능력은 천재의 전유물이고 범인에게는 결코 허락되지 않는 무언가가가 아니고, 훈련을 통해 계발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라고 합니다. 아주 반가운 소식이죠. 그리고 은유를 사용하는 능력을 계발하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시를 낭송하고, 암송하는 작업이라고 합니다. 시 자체가 고도로 압축되고 추상화 된 언어이기 때문에 그런가 봅니다. 시는 감성 충만한 문인들과 문학 소년 소녀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더니 결코 그렇지 않군요!
몇 년 전에 동료 선생님을 따라 벌청소 대신 시 암송하기 숙제를 내주곤 했는데, 우리 학생들이 은유를 사용하는 능력이 쑥쑥 늘었겠다는 생각에 흐뭇합니다. 저는 남은 오후 시간에 시편을 암송해볼까 합니다.
1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2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
3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입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
4 악인들은 그렇지 아니함이여 오직 바람에 나는 겨와 같도다
5 그러므로 악인들은 심판을 견디지 못하며 죄인들이 의인들의 모임에 들지 못하리로다
6 무릇 의인들의 길은 여호와께서 인정하시나 악인들의 길은 망하리로다
춥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복된 오후 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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