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캐럴라인 냅 <명랑한 은둔자> 독서 일기 - 그런 너도 너야

글을써보려는사람 2026. 5. 31. 20:09
728x90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최근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를 읽었습니다.
 
극내향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 부모님을 상실한 이야기, 거식증과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 이야기, 자신이 데이트 했던 상대에 대한 이야기 등 자신이 온몸으로 겪어낸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는 책입니다. 책을 거의 다 읽었을 즈음에는 책을 마저 읽기가 염려되어 독서를 한동안 멈추기도 했습니다. 책을 다 읽으면 오랜만에 독서 일기를 남겨야만 하겠는데(그동안 독서량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매번 독서 후 독후일기를 남기겠다는 저 자신과의 약속을 번번이 저버렸기 때문입니다.), 저는 캐럴라인이 그랬듯 자신의 내면을 직시할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타인의 행복에 배 아파하고 때로는 누군가의 불행을 바라기도 하고, 아무 이유도 없이 욕지거리가 속으로 튀어나오기도 하고, 가벼운 폭식증을 겪으면서 먹을 수록 자신을 혐오하며, 한편으로는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기를 소망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흰머리로 인해 우울해하는 저의 어두운 내면 말입니다.
 
하지만 캐럴라인은 책을 통해 "그런 너도 너야.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해."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더군요. 특별히 캐럴라인이 거식증에서 회복되는 이야기는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어쩌면 거식증이 저의 폭식증과도 연관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훤히 드러난 갈비뼈를 만져보며 만족감을 느끼던 상태--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참으로 힘겨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끝내 놓지 않은 생명의 불씨가 분명히 존재했고, 그녀는 결국 중독에서 해방되었습니다. 마치 제가 폭식증에서 벗어난 것처럼 기쁘더군요.
 
자신이 너무 미워 아무 것도 하기 싫은 순간을 맞은 이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 드리고 싶습니다.
 
다음은 책 뒷표지에 실린 추천사의 일부입니다.
 
캐럴라인은 내 친구 같고 내 자신 같다. 아마도 당신도 그럴 것 같다. 당신이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수줍음이 많고, 가족에 대해 불가해한 죄책감이 어렴풋이 있고, 우정을 존중하고, 최소한의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특히나 좋아하고, 자신의 어두운 면과 과잉된 면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걸 잘 다스릴 수 있게 되기까지 방기와 고투를 반복해왔다면, 가끔은 자신이 정말로 미친 것은 아닐까 흠칫 놀라고, 평범함을 지극히 사랑하고,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건들에 자기 경험을 겹쳐두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자신이 명랑한 사람임을 잊지 않고 있다면. 이토록 명랑한 사람의 마지막 저서 속에서 나는 실컷 웃었다. 웃고 나서야 알았다. 캐럴라인에게 내가 강렬한 우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의 인생은 그 자체로 우정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 김소연 시인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