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참 좋은 소설을 읽었습니다.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바로 그 책입니다.

브런치 독서 챌린지 사은품으로 배송 받아 읽기 시작했는데요, 읽는 내내 제가 소설의 주인공인 영주가 되어 휴남동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휴남동의 첫 글자가 쉴 휴(休) 자라고 하는데, 정말 휴남동 서점에서 마음의 쉼을 얻게 되었습니다. 책을 다 읽자 달콤하고 안온한 꿈에서 깨어난 듯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했게요? 바로 다시 재독을 시작하였지요.
뭐랄까, 책의 매력은 황보름 작가 특유의 잔잔하고 편안한 문체에 있는 것 같습니다. 각 챕터도 길지 않아서 집중력이 짧은 저 같은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고요. 깊은 갈등이나 커다란 반전이 없이 소소한 이야기가 이렇게 흥미로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읽으며 이따금씩 깔깔 혹은 피식피식 웃게 된다는 의미에서 흥미롭다는 것은 아닙니다. (책에서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묘사하는 문장이 나오는데 저도 비슷하게 따라 써보았습니다.)
다음은 책에서 어떤 책을 소개하는 문구인데요, 저는 그 문구가 마치 이 책을 묘사하는 듯하여 옮겨 봅니다.
'한 사람은 결국 하나의 섬이 아닐까 생각해요. 섬처럼 혼자고, 섬처럼 외롭다고요. 혼자라서, 외로워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도 생각해요. 혼자라서 자유로울 수 있고, 외로워서 깊어질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소설은 등장인물들이 섬처럼 그려진 소설이에요.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소설은 섬처럼 살고 있던 각각의 인물이 서로를 발견해 내는 소설이고요. 어, 너 거기 있었니? 응, 난 여기 있었어, 하는 소설들 말이에요. 혼자여서 실은 조금 외로웠는데 이젠 덜 외로워도 될 것 같아, 너 때문에, 하고 생각할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거예요. 이 소설은 저에게 이런 기쁨을 맛보게 해줬어요.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21-22면에서 발췌
섬처럼 살아가던 사람들이 휴남동 서점에 모여들어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해 주거든요. 책과 서점이라는 매개를 통해 서로가 하나로 연결되어 간달까요?
그리고 다음은 제가 크게 위로를 받은 구절입니다.
민준은 커피를 내리면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말 그대로, 정말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거다. 할 수 있는 만큼 해도 실력이 늘었다. 커피 맛이 좋아졌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 이런 속도로, 이런 마음으로 성장해도 충분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세계 최고 바리스타가 돼서 뭘 하겠는가. 삶을 갈아 넣은 후에 최고라는 찬사를 받아서 뭘 하겠는가.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서 민준은 지금 자기가 신 포도의 여우가 된 건가 싶었지만, 아니라고 결론을 냈다. 목표점을 낮추면 된다. 아니, 아예 목표점을 없애면 된다. 그 대신 오늘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거다. 최선의 커피 맛. 민준은 최선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 같은 책 278면에서 발췌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전력을 다해 달리지 않아도 괜찮아. 너는 충분히 잘 하고 있어.' 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서요. 작년 휴직했던 기간 동안 너무도 불안하고 갑갑해하던 저 자신이 떠오르면서, 그때 읽었으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점에 대한 책이니만큼 책 속에 소개된 양서를 메모하는 즐거움도 상당했습니다. 작가님께 다음 읽을 책을 직접 추천 받은 느낌이랄까요? 예를 들어 모니카 마론의 <슬픈 짐승>,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에이미와 이저벨> 등 소개된 책을 읽으면 저도 황보름 작가처럼 담담하고도 따뜻한 글을 쓰게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책에 소개된 책과 영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모니카 마론 <슬픈 짐승>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에이미와 이저벨>
라우리 에스키벨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조해진 <빛의 호위>
자와할랄 네루 <세계사 편력>
에단 호크 감독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시모어 번스타인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김금희 <너무 한낮의 연애>
최은영 <쇼코의 미소>
데이비드 프레인 <일하지 않을 권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태풍이 지나가고>
헤르만 헤세 <데미안>
켄트 하루프 <밤에 우리 영혼은>
샐린저 <프래니와 주니>
언급된 양서 및 영화를 한번씩 읽고 보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으시면 꼭 한 번 읽어보셔요. 그럼 저는 책을 마저 다시 읽으러 가렵니다.
그럼 평안하고 행복한 밤과 새날 맞이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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