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다시 읽는 중인데 아직 생각이 잘 정리되지는 않고 아직 생각을 잉태하는 중이다. 식사 후 피아노 연습을 마치고 산책길에 나섰다. 천천히 반환점을 돌아 집으로 향하는데, 이상한 나무 한 그루를 발견했다. 마치 나무 줄기의 가운데 부분을 다 파낸 것처럼 속이 텅 빈 U자 모양으로 생긴 것이었다. 나무가 세상 시름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다 못해 비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다른 어떤 생명체에게 길을 내주었던 것일까. 속이 비어있는데도 어찌나 강인하게 보이던지. 짠하기도, 감탄스럽기도 하다 생각하며 나무를 지나치는데 어라, 다른 나무도 속이 비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나무 줄기가 동그랗고 비교적 매끈하게 쭉 뻗어있는 나무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죄다 이렇게 인고의 흔적, 혹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