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꿈이어서 다행이었던,
출근하기 전 이른 아침 시각에 어느 식당에 모여 회식을 했다. 다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분위기인데 나만 유독 자가용을 가지고 갔다. 차를 델 곳이 없어서 간신히 찾아 대고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회식을 마치고 출근 시각에 맞춰 가려하는데 일행이 다들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고 해서 나 혼자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차를 찾을 수가 없었다. 자동차 잠금 버튼을 아무리 여러 차례 눌러 보아도 차가 있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간신히 소리를 따라 찾아간 한참 떨어진 곳에는 나의 자동차가 아닌 다른 자동차가 있었고, 열쇠도 나의 열쇠가 아니었다.
출근 시각이 가까웠다.
음식점에 겨우 찾아가 열쇠를 되찾아, 다시 한참을 소리를 들어가며 자동차를 찾았는데, 시간이 많이 경과되어 주차료를 엄청나게 많이 물어야 했다. 이미 출근 시각이 지나 있었고, 도로 교통 상황이 무척 안 좋았다.
심지어 1교시 수업도 있는 날인데, 도저히 수업 시작 시각 전에 도착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시동을 걸고, 교무부장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 알리려는데, 전화기에서 연락처를 찾을 수가 없었다.
꿈이었다.
꿈 속에서 얼마나 용을 썼는지, 일어난 후에 배가 아파왔다. (응가 배 아니었음)
꿈이었고, 헛된 용씀이었다.
2. 꿈이 아니지만 꿈같은,
잠 못 자 가며, 화장실 참아가며, 끼니 굶어가며, 자괴감에 빠져가며 일한 수당이 들어와 통장에 차곡차곡 쌓였다. 그랬었다.
지금은 하나도 없다. 밥 할 힘도 시간도 없어 시켜 먹고 사 먹고 카드를 긁어댄 통에, 카드값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뿐 아니라 겨울 대만 여행 비용을 입금한 것, 평소보다 경조사가 많았던 것, 정신이 없어 이번 달 자녀 미술학원비를 아직도 안 냈던 것 등 다른 지출 내역도 있다.
열심히 부지런히 모은 돈은 분명 꿈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헛된, 꿈이 되었다.
3. 꿈같았지만 꿈이 아닌,
3.1.
며칠 전 진행한 온라인 연수를 준비를 할 짬이 도통 나지 않았다. 물론 이전에 같은 내용으로 두 번 진행을 했던 강의이지만, 대면으로만 진행되었기에 뭔가 다른 소통 방식과 내용에 대한 고민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연수 접속 상태 테스트가 진행되기 직전까지도 말 그대로 뛰어다니며 다른 맡은 일들을 처리해야 했다. 비디오가 켜져 있지 않아 까아만 화면들을 바라보며 연수를 끝까지 진행하긴 했다.
3.2.
지난주에 진행한, 너무 힘겨워서 눈물 콧물 흘려가며 일하느라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피아노 연주회 영상을 보니, 꿈같았지만 분명 꿈은 아니었다. 그리고 영상 속 나의 연주는, 제법 만족스럽게 찍힌 사진을 여러 차례 들여다보며 내가 했을 것으로 상상한 연주보다 훨씬 별로였다. 현실과 실상은, 참으로 멋이 없다.
4. 그런데도 나는 꿈을 멈추지 않는다.
헛됨은 늘 헛헛하고, 또 씁쓸하다.
그런데 나는 오늘도 글을 작성하고, 금세 더러워질 집을 쓸고, 또다시 생겨날 비립종을 짜낸다.
조금 더 견뎌내며 한 쌍의 힘겨운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기 때문이다.
책을, 펴자.
그리고 희망을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