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돈에 담기는 우리의 가치
돈의 흐름에는 가치가 담긴다.
내가 옷을 사는 데 많은 돈을 지출하면, 나는 옷이 나를 표현하는 방식, 혹은 그로 인한 자신의 이미지 구축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식재료를 사는 데 많은 돈을 지출하는 사람은, 먹거리 혹은 먹는 즐거움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마태복음 6장 21절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네 보물이 있는 그 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
마음이 쏠리는 곳에 돈과 시간과 열정을 붓게 마련이고, 나의 보물이 어디 있는지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나의 가치관이 드러난다는 의미이다.
정부기관 및 지자체가 편성 및 운용하는 예산의 문제도 그러하다. 많은 예산을 편성하는 사업이 그 기관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시행하는 주력 사업, 곧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분야인 것이다.
2. 학습튜터 예산 삭감과 우리 교육의 지향점
작년에 학습튜터 선생님들과의 협업을 통해 놀라운 교육적 성취를 이룩했다. 올해는 다른 교과에서도 신청을 통해 튜터 선생님과의 협력 수업을 진행하고 싶어 하셨다. 그런데 예산이 감축되어 학교당 1명만 신청이 가능하며, 이마저도 예산이 부족하여 학습튜터 배정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공문을 받았다.
이러한 예산 규모의 변화를 보며 든 생각은,
1. 학습튜터 제도가 기초학력 증진에 미치는 영향이 높지 않다고 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대체로 다른 학교에서는 운영 성과가 좋지 않았을 수도 있으므로)
2. 다른 분야에 예산이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3. 기초학력 증진 자체가 2024학년도 교육활동의 주요 화두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것
4. 인력 관리의 어려움 등 다른 이슈가 있어 제도의 안착 및 확대에 어려움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5. 기타 다른 가능성
등이다.
아무튼, 학습튜터 예산 삭감이라는 결정은 나에게, '기초학력 증진을 위해서는 사람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는 의미로 일정 부분 해석이 되었다. 물론, 학습튜터분들의 주요 업무는 방과후 기초학력 부진 학생 지도이고, 우리 학교에서 작년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은 부분인 협력 수업이 주된 업무가 아니다. 그리고 협력강사 예산 등 다른 예산을 활용하여 협력수업을 할 방법이 있고, 또 키다리 선생님 등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다른 예산이 이미 편성되어 있기에 내린 결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청의 결정에 대한 우려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디벗 기기 배포 등 막대한 예산을 디지털 기기 배부에 운용할 계획이라는 소식을 전해 들은 터라 나의 고심은 더욱 깊어진다. (기기의 도입이 학생들의 전반적 학습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졌는지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3. 결론
교육을 이끌어가고 있기에 더욱, 커다란 틀에서 선하고 귀한 일에 지향점을 잘 두고 있는지, 신중하게 점검해 보아야 한다.
결국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결정을, 교육계가 늘 해나가기를 바란다.
주변 학교는 학급 수도, 학급 당 인원 수도 줄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학교는 작년 학급 당 인원이 대폭 늘어나서 줄어들지 않는 상태이다. 협력강사 예산을 잘 교부 받아 코티칭을 잘 해나갈 수 있기를, 좋은 교육을 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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