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질문을 통해 진단해 본 나의 안전도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6. 15.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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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셜록 홈즈는 아니지만, 질문과 탐구의 과정을 통해 논리적 추론을 연습하면 문제의 답이 보이기도 한다.

몇 년 전 생활 지도를 할 일이 있어 교무실로 오라고 교실에 있던 학생을 불렀는데, 일어서며 의자를 넘어뜨렸다. 불만의 표시였다.
일어서다가 의자가 넘어진 것인데 아이를 징계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고 흥분하시는 보호자께 양해를 구하고, 미리 준비하여 구석에 두었던, 동일한 의자로 시범을 보였다.

의자가 상당히 무겁고 무게 중심이 아래에 있어서, 여간해서는 넘어지지 않습니다. (큰 소리가 날 테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의자 등받이가 거의 45도 이상 넘어가거나, 혹은 어떤 물리적인 힘이 가해지지 않는 이상 의자는 (쿵!) 이렇게 원래 자리로 되돌아 옵니다. 따라서 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중에 의자가 저절로 넘어질 확률은 상당히 낮습니다.



보호자님은 바로 수긍하셨고, 나는 학생이 주장하던 두 번째 내용에 대해 반박 의견을 말씀드리기 시작했다.



오늘 발생한 일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다가 과거의 경험이 떠올라서 몇 자 적어 보았던 것인데, 오늘의 질문 중 몇 가지만 기록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 어린 자녀와 둘이 참석한 결혼식에서, 아이를 함께 온 친구 편에 밥 먹이러 보내고 혼자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식장에 남아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식이 끝나고 기념사진을 마치기까지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데다가, 어린 아이를 보호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정신 없는 뷔페 식당으로 들여보내기 보다는, 사진 촬영이 끝나기를 잠시 함께 기다렸다가 연회장으로 이동하여 ‘자녀를 돌볼 뿐만 아니라 친구와 함께 대화를 하며’ 식사를 즐길 판단을 내리는 편이 훨씬 일반적일 텐데 말이다.
  • 지하철역 근처에는 제법 여러 아파트가 있는데 어째서 유독 내가 사는 아파트 이름을 정확하게 댈 수 있었던 것일까? 이것은 그렇다 치자.
  • 10년 가량 전혀 연락이 없던 사이에, 내가 예식에 참석하는지의 여부를 왜 나에게 직접 묻지 않고 타인에게 물어 알아냈으며, 이 사실을 나에게 아주 친밀한 태도로 이야기한 것일까?
  • 기자 생활을 하다가 공기업에서 일하는 교수가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




10년도 더 전에 만난 이후로 연락이 전혀 닿지 않다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 나의 자녀들 이름을 정확히 언급하며 안부를 묻던 누군가도 떠오른다.(동일 인물이 아니다. 게다가 내 기억에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연락했었다.)
내가 학습지를 기껏 출력해놓으면 그 위에 물을 뿌려놓는다거나, 너무나 바쁘게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데 옆에서 며칠 동안 뽁뽁이를 쉼없이 터뜨리고, 아주 큰 하품 소리를 1분 간격으로 내던 누군가도 떠오른다.
교회 횡단보도 앞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나에게 아주 반갑게 인사를 건넨 직후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이 살기 등등한 눈빛으로 노려보던 경우도 있었다.



어떤 종교 집단에서 나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면, 이것은 정신병의 징조인 것일까?
(하긴, 좀 미치지 않고서는 살기 힘든 세상이기도 하니까...)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곧 순교하려나,
아니면 정신병원에 가려나, ...







https://youtu.be/-VHCGZg_HqQ?si=SldXXJbH-Y9CiTZ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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