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추의 역사>와 죽음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10. 19.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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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트 에코의 <추의 역사>를 읽는 중입니다. 순교자와 죽음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생각한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합니다.



역병, 기근 등으로 인해 기대수명이 짧았던 중세시대에는 죽음은 삶과 떼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고 합니다. 형제 자매, 부모, 친지, 이웃의 죽음이 늘 곁에 있었으니까, 죽음을 외면할래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한편 현대인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갑니다. 영아 사망률이 낮아져 평균수명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염색과 성형수술, 각종 시술을 통해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많고, 영양상태가 좋아 이제는 꼬부랑 할머니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류는 각종 난치병도 속속 정복하며 기대수명도 날로 높아지고 있지요. 다음은 말기 췌장암 완치 판정을 받은 미국의 한 과학자에 대한 기사입니다.
https://v.daum.net/v/20241020190412971

인생은 60부터라는 말도 유행하고, 누구나 천수 만수 누리며 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불로장생을 염원하며 사슴의 피로 목욕하거나 영하의 날씨에 얼음물로 목욕한다는 푸틴을 욕심이 과하다고 조롱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런 시대에 ‘죽음을 생각하라’, 혹은 ‘인간임을 기억하라’는 의미의 라틴어인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밖에 들릴 수 없을 것 같고요.


슈테판 로흐너 &lt;사도들의 순교&gt;



저는 요즘 죽음을 묵상하는 중입니다. 자살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하루하루 삶을 단단하고 굳건하게 살아가기가 힘겨워서, 어서 천국에 데려가셨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막상 이반 일리치처럼 죽음을 목전에 둔 상태가 되었을 때, 과연 동일한 마음을 품고 천국에 가까워졌음에 감사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저도 신화나 전래동화 속 이야기를 상상하듯 죽음을 그저 ’새털같은 비현실‘로 여기고 있는 중인지도요.

어떻게 죽게될 것인가를 상상하며 어떻게 내일을 살아갈지 생각합니다.



평안하고 의미있는 밤과 새날 맞이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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