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힘 의총 장소에서 뛰쳐나와 본회의장으로 들어오던 순간, 김상욱 의원은 무척 격앙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진정하지 못하고 물을 마시며 흥분을 가라앉히는 데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지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임하지 않고 퇴장하여 총회를 하는 동안, 그는 아주 많이 고함을 쳤던가 봅니다.
투표를 한 뒤 김상욱 의원은, 처음부터 본회의장을 지키던 안철수 의원과는 다소 떨어진 자신의 자리에 앉았습니다. 덩그러니 앉아 의석을 지키던 순간, 아주 많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소신에 따라 투표를 했으나, 마음을 함께 할 동지는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념과 결단에 가득 차 있던 마음 한 켠에 불안의 씨앗이 자리 잡았을 가능성이, 또한 그 불안이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본회의장에서 나와 기자회견을 하는 김상욱 의원의 모습에서 읽은 불안의 흔적을 분석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김상욱 의원(이하 김): 보수의 가치를 실행...할... 그런 각오로 살고 있습니다.
그는 머뭇거리며 말을 잇습니다. 이 땅의 보수주의자들이[혹은 보수주의자로서 자신이]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실행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을 수도 있고, 이상적인 보수주의의 구현을 위해 했다고 믿고 한 행동에 대해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집단에서도 동일한 평가를 내릴지 확신이 들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김: 제가 생각하는 보수라고 하는 것은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개방적이고 자유롭고...
김상욱 의원이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으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립니다. 자신이 믿어왔고 지키려 했던 보수의 진정한 가치와, 뜻을 함께하기를 바랐지만 전혀 개방적이지도 자유롭지도 않은 국민의 힘을 바라보며, 그의 마음에 쌓여 온 울분이 한꺼번에 터져 나옵니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 사이에서 그가 느껴 온, 깊고 깊은 고뇌가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이어지는 말에서도 보수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신념과 열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김: 포용적이면서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수호해 가는,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는, 그것이 제가 목숨 바쳐 지켜야 되는 보수라고 믿고 살았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탄핵 부결이라는 당론과 달리 독자적인 행보로 해석되어 지탄받을 여지가 있는 행동에 대해 그는 설명을 시작합니다.
김: 저는 오늘 표결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별안간 김상욱 의원의 음성이 커집니다. 다 떠나가버릴지도 모를 국민의 힘 지지자들에 대한 호소였는지도, 혹은 자신의 내집단인 보수단체와 자신이 지향하는 보수의 가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아보려는 시도였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표결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밝히고(민주 지지자 마음 얻기 및 국힘 지지자 달래기), 당론에 따라 탄핵 반대표를 던졌다는 이야기를 먼저 한 후(국힘 지지자 민심 얻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잘못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고 말하려고 했는데(진짜 마음속 이야기), 엉겁결에 대통령을 질타하는 이야기가 먼저 튀어나와서 당황스러운 마음에 소리를 높여 말의 순서를 바로잡아보려고 시도했는지도 모릅니다.
김: 아직 당에 소속된 몸이기 때문에 당론에 따라 이번 탄핵안에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결단에 대해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던 군중이 일순간 조용해짐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때 김상욱 의원의 마음에는 다른 종류의 불안이 자리 잡았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그가 다음과 같이 말을 더듬는 모습에서 드러납니다.
김: 그렇다 하더라도 투표에는 반드시 참여해얀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보수 지지자들의 마음이 자신에게서 돌아서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고 보수가 표방하는 가치를 수호하고자 하는 마음 사이에서 그는 고뇌하고 있었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사실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탄핵 찬성표를 던졌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느라고 말을 더듬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200표가 넘지 않아 투표 결과는 어차피 확인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김: 그것이 국회의원의 의무이고 (3초) 역할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5초)
중간에 잠시 말을 멈추고 목소리가 잦아드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말하고 있는 내용, 즉 탄핵 부결 표를 던졌으며 의무를 다하기 위해 투표에 참여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회의감 및 확신 없음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김: 헌정질서를 유린한 대통령을 (1초) 용인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결단코 용인될 수 없습니다.
김 의원의 목소리가 다시금 커집니다. 그리고 어느샌가 주위의 반응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의식하며 말을 이어나갑니다. 여기서부터 그는 국민의 힘 당원들과 지지자들을 간곡히 설득합니다.
김: 자유민주주의 우리 보수의 가치에서 헌정질서를 지킨다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특히 이곳 국회는 국민들의 미래가 모인 곳입니다. 이곳에 (감정이 격해짐) 무장한 군인들이 들어왔습니다. (3초) 그렇기 때문에 지난 박근혜 대통령 때와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계엄을 막지 못했다면 (울먹임) 많은 국민들이 피를 흘려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났을 것입니다. 저는 보수주의잡니다. (마음을 다잡음) 대만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지킬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초) 오늘 대통령께서... (이하 생략)
계엄 해제에 동의한 것으로 인해 받아왔을 비난, 그로 인해 그의 마음속에 쌓인 현 보수 집단에 대한 좌절감과 절망감, 그리고 보수주의자로서 놓칠 수 없는 소망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저는 본회의장 및 기자회견 중 나타난 김상욱 의원의 언어 및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분석하는 시도를 통해 보수당의 존폐와 보수주의자로서 자신의 입지를 고민하는 동시에, 정의의 수호에 대한 안타까움과 깊은 갈등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김상욱 의원님께서 계속해서 옳은 선택을 해나가시기를 응원합니다. 그리고 김상욱 의원님과 같은 건강한 보수주의자들이 많이 탄생했으면 좋겠습니다. 나라에는 변혁을 꾀하는 진보세력도, 안정을 꾀하는 보수세력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선한 가치와 분명한 철학, 그리고 따뜻한 신념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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