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텍스트를 더 깊고 찬찬히 읽어 내는 데 마음을 두어야 합니다. 함께 공부하고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실 수 있는 배움의 벗을 찾아야 합니다. (중략) 자신의 분야에서 모범이 될 만한 글을 집요하리만치 꼼꼼하고 분석적으로 또 굳건히 반복해서 읽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읽고 쓰는 일이 동전의 양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한다면 글쓰기만 생성적인 것이 아니며 글 읽기 또한 생성적이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 김성우,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475면에서 발췌
응용언어학자 김성우 님은 그의 신간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의 말미에 깊이 있게 읽는 것의 중요성과 협력적 배움의 중요성, 그리고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글쓰기를 교육하며 느껴온 바와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어 발췌하였습니다.
1. 꼼꼼히 읽기
실제로, 분량이 많지 않을지라도 좋은 텍스트를 꼼꼼히 읽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사고력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어느 학생이 1학기말 수업 성찰록에 영어 수업을 한 마디로 표현한 후 그 이유를 작성한 내용입니다.
배울 점이 많은 수업/ 같은 문장이어도 다르게 볼 수 있는 사고력과 탐구력과 창의성을 기를 수 있었기 때문
학생은 하나의 문장을 읽더라도 서로 다른 관점에서 여러 층위의 의미를 새기며 사고력, 탐구력, 그리고 창의성을 기를 수 있었다고 응답하였지요. 그리고 이렇게 깊이 있는 읽기를 하기에 좋은 텍스트는 단연코 문학작품입니다. 제 개인적 경험에서도, 비문학 텍스트보다 문학작품을 통해 깊은 성찰을 하게 되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동료 선생님의 증언을 통해서도 저는 이러한 생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습니다. 몇 년에 걸쳐 인권, 환경, 난민 등 사회 현안을 영어 교과 시간에 다루었는데, 비문학 텍스트를 통해 교육을 실시했을 때에는 학생들이 제법 반발을 하기도 한 반면 '이야기를 통해 접근할 때 확실히 주제에 대해 몰입을 하더라'고 요전에 말씀해주셨거든요.
2. 협력적 배움
다음은 함께 배워나가는 과정의 효과에 대한 학생들의 증언입니다.
모둠원과 함께 읽고 토의하고 쓰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친구들과 친해졌으며 개인적 성찰이 정말 잘 되는 것 같았음
재밌고 유익한 수업/ 기존의 영어수업은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하는 축에서 끝나곤 했는데 이 영어수업은 그룹활동을 중심으로 친구들과 한 주제에 대해 탐구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한 주제를 깊게 파고드는 일이 되어 좋았음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내 해석보다 더 자연스러운 해석의 아이디어가 나올 때 뿌듯함을 느낌. 기계적인 해석이 아닌 숙어나 자연스러운 표현 등 다양한 영어표현을 알 수 있게 됨.
서로 생각을 공유하고, 토의토론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대인관계가 좋아졌고, 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으며, 영어실력이 더 향상되었다고 말합니다. 과연 그렇겠네요. 비단 학생들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닐 테고요.
3. 쓰기 위한 읽기
김성우 님은 읽기와 쓰기의 유기적 관계를 강조하면서 쓰기와 마찬가지로 '생성적인' 활동으로서의 읽기를 강조하셨네요. 현장에서 영어 글쓰기 지도법을 연구하는 교사로서, 매우 동의하는 지점입니다. 주제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읽어야 하고, 설명하는 대상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설명하거나, 주장에 대한 적절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읽어야만 하니까요. 서사문 등 창의적 글쓰기를 할 때에도 좋은 텍스트를 모델 삼아 쓰는 것은 아주 좋은 글쓰기 훈련법이라고 합니다. 효과적인 글쓰기 지도를 위해 읽기에 대한 연구도 필수적인 것 같습니다.
4. 이야기의 힘
한편, 김성우 님은 같은 책에서 자문화기술지적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하였습니다.
저는 앞으로의 리터러시 관행에서 '자문화기술지적 글쓰기'가 지금보다 중요한 장르로 여겨질 것이며,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책 406면에서 발췌
다음은 2학기 '불안에서 벗어나기 에세이' 쓰기를 한 후 어느 학생이 밝힌 소회입니다.
정서나 개인적인 무언가를 중점으로 삼아 수업을 하면 모두가 집중해서 참여하능거같아요
정서, 그리고 개인적인 무언가를 수업에서 다룰 때 집중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저와 동료선생님들뿐만 아니라 학생도 느꼈나 봅니다. 이야기는 힘이 센가 봅니다.
불안한 시국에, 모든 이의 심령에 하늘의 위로와 평안이 깃들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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