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를 하고 오는 길이다. 경비실에 맡겼으니 찾아가라고 했다. 놀라웠다. 내가 인지하고 있는 경비원의 직무 범위에 '주민의 잔심부름 처리'는 해당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비실에 불이 꺼져 있는데요, 라고 메시지 보내자 경비가 잠시 자리를 비운 것 같은데... 라는 답신이 왔다. 경비가, 라는 말이 서늘하게 들려왔다. 막상 대면하여 만나보니, 정말 구김살 없고 점잖은 미소를 지닌 사람이었다. 아, 아예 모르고 있구나. 당신의 눈빛이 타인에게 학습된 무력감을 형성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를. 경비아저씨께 이런 부탁까지 하시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말하면 나를 정말 이상한 여자로 보겠구나, 생각하니 더욱 슬퍼졌다. 집에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2021년 개정안에 따르면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