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게으름에 대하여 게으름이 자랑스러운 때도 있다. 대체로 나는 수업 하나를 구상하기까지, 한 장의 학습지를 만들기까지, 충분한 구상과 잉태, 혹은 숙성의 기간을 거친다. 즉흥적으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도 있어서 학습지를 뚝딱 만들어내는 순간도 더러 있으나, 대개는 시간이 필요하다. 먼저 지문을 한 번 읽어보며 기본적인 내용을 파악한 후에는, 상상을 시작한다. 교과서 지문이라는 원재료를 가지고 어떤 요리를 만들어낼 것인가를 결정하기까지는--교과서 지문은 질문 만들기 수업이 재료가 될 수도 있고, 연극 대본으로 재탄생할 작품의 원작이 될 수도 있고, 글을 구조를 분석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기에--시간이 필요하다. 파블로 네루다를 제법 읽어보기라도 한 양 그의 말을 인용하기가 민망하긴 하지만, 시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