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마주할 때가 있다. 내가 지닌 가치관과 신념에 맞지 않는 일을 앞에 두고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순간이나, 혹은 심지어 옳다고 믿지만 상반된 두 가지 이상의 선택지가 이 내 안에서 충돌을 일으키는 순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고민하는 과정은 엄청난 내면의 갈등을 가져온다.
핵무기를 개발한 오펜하이머도 그랬을 것이다.
세계 2차 대전을 일으키고 대량 학살을 자행한 전범 나치보다 빨리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오펜하이머는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쏟아부었다. 플루토늄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하게 된 오펜하이머는, 동시에 자신이 개발한 대량살상무기가 가져올 파괴력으로 인해 윤리적 딜레마에 빠진다.
나치의 잔혹행위를 멈추어야 한다는 명분과 이로 인해 얻어지는 명성, 그리고 자신의 발명으로 인해 일순간 파멸에 이르게 될 수도 있게 된 전 지구적 공포에 대한 자각.
결국 그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핵무기 개발 반대 목소리를 냈고, 그 결과 온갖 음해와 수모를 겪어야 했다.
내용이나 규모는 다를지라도 우리도 오펜하이머처럼 윤리적 딜레마의 순간을 맞으며 살아간다. 사실 삶 자체가 딜레마의 연속이다. 기본적으로 삶과 인간의 주요한 특질이 모순성에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결정은 어렵고 두렵고 괴로운 일이며, 때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심지어 애당초 100% 올바른 결정이 존재하지도 않는 순간이 많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선택을 보류한다.
생각이 정리되고 판단이 어느 정도 설 때까지 어떤 결정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는 우유부단한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를 다른 말로 바꾸면 신중함으로 볼 수 있다. 생각보다 행동이 늘 앞선 모습으로 살아오던 내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얻게 된 교훈이 바로 이러한 신중함의 중요성이다.
아직 잘 모르겠을 때에는, 판단이나 결정을 미루어 둘 필요가 있다.
둘째, 나의 선택이 가져 올 결과를 예측한다.
충분히 생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린 결정은 엄청난 상처와 후회를 가져오기 쉽다. 그렇기에 어떤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나의 결정이 가져 올 결과를 예측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아니오 문항처럼 어떤 일을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도 있을 수 있고, 선택지가 여러 개 있을 때도 있다. 각각의 순간에 나의 선택이 가져 올 유익과 문제점,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물론, 인생의 참으로 많은 순간에는 100% 옳은 하나의 정답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조금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부작용이나 문제점이 가장 적은 선택지를 고를 수 있게 될 것이다.
셋째, 때로는 선택하지 않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생각을 아무리 해보아도 모르겠는 순간에는 결정을 하지 않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미룬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꼭 주어진 선택지 안에서 선택을 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이 맞닥뜨린 상황에 대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될지도 모른다.
넷째, 일단 선택을 하면 후회하지 말자.
최선다형의 문제점은 가장 좋은 답지도 불완전하다는 데에 있다. 무엇을 먹을지, 어떤 옷을 살지, 어떤 하루를 보낼지 우리는 선택을 해나가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 어떤 면에서 고통을 가져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선택했고, 이미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 후회와 좌절감에만 사로잡혀 시종일관 무기력한 상태에 푹 잠겨있지는 말기로 노력하자. (자신의 선택의 오류, 즉 잘못을 인지했을 때 사과하고, 적절한 보상을 제공할 방법을 모색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성찰이 결여된 자만심보다는 우울함이 차라리 숭고함에 가까울 것이다.)
우리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어서, 모든 일에 실수가 많고, 또 때로는 걸려 넘어진다. 나의 불완전함으로 인해, 이 세상의 모순됨으로 인해, 내가 방금 내린 (나름대로 최선이었던) 선택이 가져온 슬픔들을 보기도 하지만, 누구나 언제나 죽을 때까지 이러한 모습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기억하며 서로를 위로하며 살아가자.
결론
판단이 어려운 순간에는 선택을 미루고, 나의 선택이 가져올 결과를 예측해보며 최선의 선택을 해나가야 하며, 때로는 선택하지 않음을 선택할 수도 있다. 내가 해온 선택들에 대해서는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하지만 비관적인 태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선의 선택을 해나가기로 다짐하자. 그리고 나와 우리의 선택들을 놓고, 또 내가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부분들을 놓고, 겸허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살아가자.
그리고, 함께 웃으며 살아가자.
내가 어제 들은 근래에 들은 최고로 웃긴 말,
영화 <오펜하이머>는 하도 길어서 폭탄이 터지기 전에 방광이 터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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