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한국 문화를 꿈꾸다 #5 - 비관적 낙관주의자

글을써보려는사람 2025. 3. 2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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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아파 합법적으로(?) 발레 학원을 제끼고 독서를 하였습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불안한 소식뿐인데 가만히 누워 석학의 눈을 통해 나와 세상을 성찰하는 시간이 참 감사하게 느껴지더군요. 오늘은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고 생각한 바를 정리하고자 합니다. 결론은 우리는 비관적 낙관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무지를 알지 못하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합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의 재무 책임자는 시장을 예측하는 자신의 직감이 무척 뛰어나다고 믿지만, 사실상 매우 동떨어지고 합리적이지 않은 예측을 내릴 때가 많다고 하고요, 중환자실에서 사망한 환자의 부검 결과와 사망 전 의사의 진단 내용을 대조한 결과 40%가 오진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과학 문명의 발달로 2025년 현재의 수치는 많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럴 확률도 있지만 아닐 확률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못 미더워한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미국의 트루먼 전 대통령은 툭하면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이라는 말과 함께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는 경제학자들에게 신물이 나서, '팔이 하나인(one-armed) 경제학자'를 찾는다는 말을 남겼다고 하네요. (<생각에 관한 생각> 390면 참조)
그도 그럴 것이, '승산이 있긴 하지만 원금 손실의 우려도 생각보다 높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보다는 '일단 투자하면 손해를 볼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라고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사람의 말이 더 전문적 소견으로 들리고 따라서 더 신뢰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교사로서 저도 학생이나 학부모 상담을 할 때, 수업이나 강의를 할 때, 글을 쓸 때,... 경험의 부족이나 정보에 대한 무지를 감추기 위해 '아는 척', '전문가인 척'할 때가 제법 많았던 것 같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재무책임자들도 그렇겠지요. 시장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유동적' 상황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하고, 매 순간 그러한 정보를 꿰고 있는 것은 분명 사람의 역량을 벗어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무지를 감추고 싶어 하고, 또 타인의 무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네요.
 
그러고 보면 사람은 철저히 교만한 것 같습니다. 결함을 볼 수도, 보고 싶어하지도 않잖아요. 
 
 
 
한편 이러한 '과신' 편향을 피하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공부'입니다. 같은 책 393면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지질학자들 이야기인데, 결과가 알려진 다양한 과거 사례를 학습한 뒤에 시추 가능 지점을 예상하자 지나친 확신이 줄었다. 이 외에도 판단을 내릴 때 다른 가설을 고려하게 하면 과신이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아도) 줄었다.

 
 
학습을 통해 직간접 경험을 통해 배우고, 다른 가능성에 대한 고려를 하면 '무지를 감추기 위해 확신을 가장한'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배우려 하고, 개방된 사고를 시도하는 데에 필수적인 조건은 '스스로에 대해 회의하고 성찰하는' 비관적 태도, 혹은 지적 겸손의 자세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관적 사고[비판적 사고, 지적 겸손, 개방된 자세]를 통해 내가 틀렸음을 직시하는 것, 내가 신뢰하고 확신해 마지 않았던 것들이 사실상 편향된(심지어 허황된) 사고였음을 인정하는 일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는 낙관주의자가 되어야 합니다. 저마다의 작은 성찰의 물결이 분명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에 우리의 희망을 품어야 합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보고, 듣고, 수용하는 자세를 지닌다면 우리는 많은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는 분명코 비단 경제심리학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 같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앞두고 우리 모두 함께 성찰의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라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정부의 역할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의 영향력에 대해 함께 고찰하며, 비관적 낙관주의자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복되고 평안한 밤과 새 아침 맞이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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