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피곤할 때 종종 겪는 일이 있다. 졸음을 견딜 수가 없어서 신호 대기 중에 잠시 눈을 감고 있는다. 신호가 바뀌고 앞차가 출발할까 봐서 화들짝 놀라 눈을 떴는데 아직 빨간 불일 때 심장의 두근거림, 그리고 아직 파란불이 되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조금 더 눈 감고 쉴 수 있는 몇 초가 지나가버린 데에 대한 아쉬움. 요즘 자주 겪는 일이다. 컴퓨터를 챙겨 넣으며 계획한 화요일 발표 준비는 설거지와 1박 워크숍 준비로 퉁쳤고, 글쓰기도 오늘은 제끼고 싶었는데 알랭 드 보통이 불러 앉혔다. 이상한 양반이 있었노라고, 보통이 소개한다. 아널드는 옥스퍼드 대학의 시학 교수로 우울한 시들이 담긴 얇은 시집을 여러 권 써서 지식인 무리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그는 끝에 은이 달린 지팡이를 들고 런던 거리를 걸어다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