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예술은 잠이고 약이다(작성중)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8. 2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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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피곤할 때 종종 겪는 일이 있다.

졸음을 견딜 수가 없어서 신호 대기 중에 잠시 눈을 감고 있는다. 신호가 바뀌고 앞차가 출발할까 봐서 화들짝 놀라 눈을 떴는데 아직 빨간 불일 때 심장의 두근거림, 그리고 아직 파란불이 되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조금 더 눈 감고 쉴 수 있는 몇 초가 지나가버린 데에 대한 아쉬움.

요즘 자주 겪는 일이다.

컴퓨터를 챙겨 넣으며 계획한 화요일 발표 준비는 설거지와 1박 워크숍 준비로 퉁쳤고, 글쓰기도 오늘은 제끼고 싶었는데 알랭 드 보통이 불러 앉혔다.


이상한 양반이 있었노라고, 보통이 소개한다.


아널드는 옥스퍼드 대학의 시학 교수로 우울한 시들이 담긴 얇은 시집을 여러 권 써서 지식인 무리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그는 끝에 은이 달린 지팡이를 들고 런던 거리를 걸어다니는 습관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음조는 높지만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으며, 길게 기를 독특한 구레나룻을 자랑하였고, 머리는 한 가운데서 가르마를 탔다. 무엇보다 나쁜 점은 뻔뻔스럽게도 다양한 신문 기고문이나 공개 강연을 통해 예술이야말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암시를 계속 해왔다는 점이었다. 사상 최초로 오전 중에 런던에서 버밍엄까지 갈 수 있게 된 시대, 영국이 세계의 작업장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시대였음에도! 산업과 군주제의 굳건한 지지자였던 <데일리 텔리그라프 Daily Telegraph>는 격분했다. 이 신문은 아널드에게 “우아한 예레미아”니, “점잔 빼는 종파의 대사제”니 하는 별명을 붙여주었으며, 근면하고 분별력 있는 사람들이 “노래를 암송하고, 민요를 부르고, 에세이를 읽기 위해 작업장을 떠나고 의무를 저버리도록” 유혹한다고 조롱 섞인 목소리로 비난했다.
- 알랭 드 보통 <불안> p.162~163




그 시간에 일을 좀 더 할 것이지 예술을 즐기라고 하다니! 정말 이상한 작자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 피곤한 와중에도 SNS로 접한 시 한 수가, 그림 한 점이, 노래 한 소절이 오늘의 시름과 고됨을 고요히 위로해 주는 것이 아닌가.

그는 <영혼의 미술관>에서도...(작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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