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심 2

모비딕에서 발렌시아가까지 - 천박성에 대한 고찰

p.356 인간은 강렬한 감정에 휩싸였을 땐 하찮은 고민을 경멸하지만, 그 순간은 금세 지나간다. 인간이라는 피조물의 본질적인 천성은 바로 천박함이라고, 에이해브는 생각했다. 흰 고래가 야만적인 선원들의 마음에 불을 붙이고 야만성을 자극해서 의협심까지 넉넉하게 일으킨다 하더라도, 그리하여 오로지 좋아서 모비딕을 추격한다 하더라도, 좀 더 평범하고 일상적인 식욕을 만족시켜 줄 음식도 먹어야 했다. 옛날 숭고하고 기사도적이던 십자군들조차, 성전을 벌이기 위해 3천 킬로미터가 넘는 산천을 가로지르는 동안 강도질을 벌이고 남의 주머니를 털며 이런저런 부수입을 챙겼다. 그들을 궁극적이고 이상적인 목표에만 엄격하게 묶어 놓았다면, 바로 그 궁극적이고 이상적인 목표가 지긋지긋해져서 등을 돌린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도서 2024.06.23

프*다가 너의 가치를 높여 주지는 않잖아,

제게 하는 말이에요. 반말에 놀라셨다면, 죄송해요. 방학을 맞아 한국에 놀러 온 사촌언니가 자신은 안 어울려서 착용하지 않는다며 선글라스를 선물로 주었어요. 고맙다며 받고 보니 어머나, *라다인 거예요. 가슴이 벌렁거리더라고요. 프.라.다.라니... 뭐 명품이 있으면야 멋지고 좋지만, 명품을 소비하는 데 제 삶의 우선순위가 있는 편은 아니(라고 믿)고, 그런 물건들을 덤벙덤벙 살만한 여유도 없어서 프라다는 '그 어느 누군가의 것'으로만 여겨왔는데 말이죠. 어디 멋 부리고 나갈 일도 없었고, 지난[혹은 아직 지나고 있는;;] 여름은 이래저래 마음이 쉽지 않았어서 뭔가 프*다 선글라스를 끼고 어디라도 나가는 것이 적당하지 않게 여겨지기에, 선물 받고도 한 달 반 가량을 서랍 속에 고이 모셔놨어요. 잃어버릴까..

일상 202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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