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피아노를 통해 배우는 인생

글을써보려는사람 2023. 10. 15. 17:38
728x90

오늘 피아노 레슨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내가 연습해 온 방식이 잘못되었을 뿐만 아니라 굳은살처럼 단단하게 굳어져 버려서, 잘못을 인지하고도 고치기가 쉽지 않아 졌기 때문이다. 2주 후 작은 음악회를 앞두고 마음이 무척 어려우나, 한 편으로 인생의 교훈을 얻고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며, 피아노를 통해 배우게 된 인생의 세 가지 교훈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출처: unsplash






1. 빨리 친다고 잘 치는 것이 아니다


연습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져서 속도가 자연히 조금씩 빨라진다. 그리고 숙련된 피아니스트들과 조금이라도 더 비슷하게 치고 싶은 마음에, 반복된 연습을 통해 ‘조금 더 빠르게, 음을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연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제1의 목표로 삼게 되기 쉽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템포를 늦추고 표현에 신경쓰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속이 상했다. 느려터져 재미없고 서툰 연주로 보일 것만 같아 생각만 해도 자존심이 상했다.

그런데 인생도, 피아노도 빠른 것이 곧 성공적인 것은 아닌가 보다.
 
빨리 달음박질하기를 멈추고 조금 더 천천히, 다시 오른손 왼손을 분리하여 연습을 해보니, 얼마나 많은 음이 엉성하게 빠져 허술한 모양이었는지를 직시할 수 있었다.

정말 놀랐다. 딴에는 제법 그럴듯한 음을 만들어낼 수 있어 자신 있게 생각하던 구간이었기 때문에 충격이 더욱 컸다.
 
너무 빠르게만 치다 보면 기계적인 연주가 되어, 곡 자체의 아름다움을 음미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만다.

운전할 때 속도를 늦추면 사람과 나무가 보이듯, 문제없다고 생각하고 습관처럼 이어가던 삶을, 잠시 걸음을 늦추면 그제야 보이는 것들이 있겠구나, 싶다.

밥을 꼭꼭 씹어 오래도록 입안에 머물게 하면 달콤한 맛이 느껴지듯, 조금은 천천히 머무르게 할 때 비로소 진정한 풍미를 누릴 수 있겠구나, 싶다.





 
 

2. 한 음 한 음 정성 들여 울려야 한다


피아노는 누른 다음 손목으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손을 들어 올려야 음이 울린다. 피아노는 건반악기이지만 기본적으로 현을 울려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손가락이 건반에 닿아 누르고, 들어 올리는 모양은 흡사 알파벳 U자를 닮았다.

아무리 빨리 후루룩 지나가는 듯한 구간일지라도, 각 음에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납작하고 못난 소리가 난다. 너무 빨라 한 음 한 음 정말 U자를 그리며 칠 수 없는 순간에도 마음으로라도 손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그리며 연주해야만 깊고 맑게 울려 퍼지는 소리를 낼 수 있다.

빠르고 세게 쳐야 하는 결정적인 구간은 더더욱 그렇다. 세게 내리꽂기만 하면 소리가 멀리 퍼지기는커녕 오히려 앞에 툭 떨어져 버린다고 한다. 정성스럽고 깊이 있게 누를 때, 아름다운 공명이 비로소 생겨나 저 뒤편 객석까지도 소리가 가 닿는다.

삶도 그러한 듯하다. 내가 하는 말들, 만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한 마디, 한 사람 한 사람 진심을 갖고 정성스레 대하지 않으면 그 마음은 곧장 상대방에게 전달이 되어 버리고 만다.

공허해지거나, 슬퍼진다.

울림과 감동은, 정성을 들여야만 비로소 전해진다.

이게 인간관계의, 삶의 어려움이겠지.







3. 어려울수록 여유를 가져야 한다


자신이 없는 구간은 힘이 들어간다. 속도도 빨라진다. 틀릴 것만 같은 불안감에, 틀리면 안 된다는 긴장감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빠르고 어려운 구간이야말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여유를 찾아야 한다. 의식적으로 힘을 빼고, 완급을 조절해야만 매번 틀리던 구간을 안 틀리고 넘어가는 쾌재를 맛볼 수 있다. 그리고 차츰,  나의 손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게 되고, 어제보다는 성숙한 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예전 피아노 학원 선생님이 하신 말씀도 생각난다. 콩쿨, 입시 등을 앞두고 불안하고 초조할 때 아무리 연습을 해도 꽉 막혀있는 느낌일 때는, 아예 며칠간 연주를 안 하기도 한다고. 얼마간 시간이 지나 다시 피아노 앞으로 올 때, 마음이 차분해져 연주도 오히려 잘할 수 있게 된다고.

이것도 저것도 더 많이 더 많이 성취하고 싶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힘이 바짝 들어가 있던 나의 모습을 돌아본다. 그리고 움키고 있던 것들을 조금이라도 놓쳐버리면 영영 도태되어 버릴 것만 같아 불안하던 모습들도 본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앞으로도 순간순간 몰려드는 불안감과 싸우고 있고 또 싸워야 하겠지만, 잠시 멈춤과 호흡 가다듬기의 중요성을 잊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결론

피아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생의 교훈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빨리 친다고 잘 치는 것이 아니다.
2. 한 음 한 음 정성 들여 울려야 한다.
3. 급할수록 여유를 가져야 한다.

글을 쓰며, 나도 모르게 러셀 셔먼의 음악 에세이 <피아노 이야기>의 문체를 흉내 낸 것 같다. 오늘 저녁 먹고 수업 준비와 빨래 개기와 설거지를...... 한 후에, 기억을 더듬어 몇 자 더 읽어봐야 하나, 싶다.

출처: 교보문고 인터넷서점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