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수요일입니다. 직장에서 정신없는 일과를 마치고 나니, 안도의 한숨과 함께 마음속으로 잔잔한 물결처럼 애수가 밀려들어오네요.
오늘은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를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제가 한 때 워낙 많이 듣고 좋아했던 곡이기도 하고요, (마음이 너무 힘든 시기였는데 연주회에 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곡이죠. 펑펑 울었고, 바로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듣고 또 듣게 되었죠.)
오늘 직장 행사를 진행하면서 '비오는 날 클래식'을 유튜브에서 검색해서 재생했는데, 어머나! 이 곡이 흘러나오지 않겠어요?
그래서 결심했죠. 아, 오늘은 이 곡을 소개하는 포스팅을 써야겠구나.
1. 창의융합형 인재, 피아졸라
아스토르 피아졸라는 <리베르 탱고>라는 곡으로 정말 유명하죠. 클래식 음악과 친하지 않으시더라도 분명히 들어보셨을 거예요. 피아졸라는 기존의 탱고 장르에 클래식을 접목시킨 새로운 탱고(Nuevo Tango, 누에보 탱고) 장르를 개척한 아르헨티나의 작곡가이고요, 누에보 탱고 자체를 대표하는 곡이 바로 <리베르 탱고>라고 해요.
아스토르 피아졸라는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과 재즈에 관심이 많았다고 해요. ‘탱고를 양키처럼 연주한다’는 조롱 섞인 말도 들었다고 하지요. 하지만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과 흥미 덕분에 다소 소강 상태에 빠져있던 탱고에 색다른 향기를 입히고 또 심지어 부흥을 일으키는 역할을 감당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러고 보니 피아졸라는 창의융합형 인재이군요!!
저도 본업과 달리 발레나 피아노 등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많거든요. 당췌 한 분야에 대해 깊이 있게 아는 것이 없이, 관심사가 얇고 넓게 걸쳐 있어서 '나는 왜 이렇게 깊이가 없을까' 생각을 많이 했었지만, 지금은 '나는 versatile(다재다능한, 다목적ㅎㅎ)한 인간이야.'라고 주장하죠.
흠 그런데 엄청 다방면에 엄청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진 분들도 계시긴 하더라고요. ㅎㅅㅎ 뤼스펙!
2.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
2.1. 비발디의 <사계>의 영감을 받다
피아졸라는 비발디의 <사계>에 영감을 얻어 누에보 탱고 버전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를 작곡했대요. 실제로 사계 중 '여름'은 거의 쌍둥이 같은 선율로 이루어진 부분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는데, 저는 사실 듣는 귀가 없어서 그런가, 아니면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의 선율을 숙지하지 못한 상태여서 그런가 어디가 비슷하다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ㅎㅎ
여러분도 한 번 들어보시면서 닮은꼴 부분을 찾아보실래요?
비발디는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 무지치(I MUSICI) 버전으로, 피아졸라는 트리오 보롬의 연주로 감상해 볼게요.
https://youtu.be/o2dnnqY8enA
오! 강주미님은 중간에 확실히 비발디 <사계>의 선율을 넣어 연주하셨네요!!ㅎㅎ
https://youtu.be/GXKDSJcPIM8
2.2. 단일 악장의 곡이다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는 비발디의 <사계>처럼 각 곡이 3악장으로 구성된 곡이 아닌, 각 곡이 단일악장으로 구성되었답니다. 보통 클래식은 1악장과 3악장은 알레그로와 같은 빠른 템포로, 2악장은 안단테, 라르고와 같은 느린 템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피아졸라의 곡은 클래식이 아닌 탱고 곡이니까 당연히 클래식의 악장 구성을 따를 이유는 없겠죠!
참, 그나저나 음악의 템포를 가리키는 용어가 분화되어 있긴 하지만 그 자체도 절대적인 박자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하네요!
이 무지치와 유로파 갈란테의 템포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겠죠. 셈여림이나 음색 등의 표현법에 대한 해석은 말할 것도 없고요!
2.3. <여름>부터 연주한다
게다가 피아졸라가 각 곡을 <봄>부터 순차적으로 작곡하지 않고 따로따로 작곡을 했고요, 이걸 모으고, 또 편곡의 과정을 거쳐 오늘날 우리가 감상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가 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연주를 할 때 <봄>부터 연주하지 않고 작곡된 순서인 <여름>부터 연주를 시작해서 <봄>으로 마친다는 점이 또 특별한 점이에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영화가 떠오르지 않으시나요? 뭔가 사계절의 순환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해서 저는 <여름>부터 <봄> 순서의 연주가 너무나 멋지다고 생각해요!
3.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감상하기
제가 제일 제일 제일 좋아하는 버전은 Nouvelle Philharmonie의 버전이에요. 연주자의 호흡과, 선율을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절로 빠져들게 되지요.
특히 가을의 쓸쓸함이 연주되는 부분에서는 탄식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https://youtu.be/vsWkXGMonKg
그나저나 Nouvelle Philharmonie는 일반적으로 연주되는 순서가 아닌 <봄>부터 연주했군요! :)
4. 맺으며
오늘은 누에보 탱고의 개척자 피아졸라가 비발디의 <사계>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에 대한 포스팅을 적어 보았어요.
(적으면서 또 한 번, 내가 무언가 명확히 알고 있는 것들이 참으로 적다는 점을 깨닫게 되네요.)
음악은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으로 인해 우리는 고통의 순간을 버틸 수 있고, 환희의 순간, 사랑이나 그리움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죠.
오늘처럼 흐리고 비가 오는 날씨에는 소리도 잘 울리니, 고가의 스피커를 갖추지 않아도 음악을 더욱 잘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름다운 곡과 함께 아름다운 저녁 시간 보내시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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