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명
피아노 페달은 세 개가 있다. 오른쪽 페달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페달로서, 음이 깊고 멀리 울리도록 만든다. 한편 가운데 페달은 부직포 같은 천이 올라와 현을 가리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를 때 (현을 때려 진동하며 소리가 나도록 하는) 해마가 현을 직접적으로 때리지 않게 하여 소리의 울림을 작게 만든다. 가장 왼쪽 페달은 각 음의 울림을 잡아주어(?) 각 음의 소리가 다음 음의 울림과 섞이지 않고 깔끔하게 처리되도록 하고, 악보에 una corda 표시가 있을 때 오른쪽 페달과 함께 사용하는 페달이다.
페달을 아예 안 밟으면 깔끔하고 담백하지만 다소 건조한(?) 느낌의 소리가 나고, 페달을 계속 밟고 있으면 서로 다른 화성의 소리가 한 데 뒤섞여 지저분하고 듣기 싫은 소리가 되어 버린다. 페달을 밟고 있어야 하는 구간에서 실수로 페달을 바꾸어 버리면, 부드럽게 이어져야 하는 베이스의 소리가 툭 끊겨 버려 곡의 묘미가 떨어진다. 음의 공명이 투박하고 분절적으로 들리지 않도록, 페달을 부드럽게 누르고 또 발을 부드럽게 떼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템포가 느린 곡일수록 페달을 잘 제어하는 실력이 소리에 여실히 반영된다.

#2. 연습
악기를 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음의 높낮이와 박자, 셈여림 등의 소리의 특징을 잘 구별해 내는 음감 혹은 음악적 소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귀의 예민함 못지않게, 성실성이 필요하다. 한 구간의 페달을 잘 조절할 수 있게 되기 위하여, 피아니시모를 작지만 소리가 충분히 들리고 잘 울리도록, 포르티시모를 세지만 바닥에 패대기치듯 내리꽂는 소리가 아닌 멀리 강하고도 우아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로 표현할 수 있도록, 점점 크게가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소리가 되거나, 점점 작게가 갑자기 '음소거' 되어 버리지 않도록,... 건반을 누르는 방식과 속도와 힘을 원하는 방식으로 통제할 수 있기까지 기나긴 훈련이 필요하다.
아무리 해도 떠듬떠듬 연결이 안 되던 음이 하루 10분씩이라도 꾸준히 연습을 하면, 어느새 내가 아는 그 부분을 제법 비슷하게 소리를 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연습이 쌓인 구간과, 시간과 공을 충분히 들이지 않은 구간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연습량은 도저히, 숨길 수가 없다.

1만 5 천보는 너끈히 걸었을 법하고, 입에서 단내가 나고 목 뒤가 뻣뻣할 지경이 되도록 일을 하고 돌아와, 현의 떨림과 선율의 흐름을 되새겨 보니 이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으랴.
https://youtu.be/Xll9o8RKkis?si=cgTB98I92M9Y4Y-S
'문화 예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리아트홀에서 예술이 되다 (53) | 2024.03.23 |
---|---|
정진(精進), 고통(苦痛), 예술(藝術) (30) | 2024.03.18 |
어떤 고요함, 나의 드뷔시 (58) | 2024.02.03 |
연주회를 앞두고 (71) | 2023.12.16 |
피아노를 통해 배우는 인생 (202) | 2023.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