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연주회를 앞두고

글을써보려는사람 2023. 12. 1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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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학급 아이들과 캠프를 하면서, 학교 홈베이스에서 연주를 했다. 담임 선생님이 나름 진지하게 연주에 몰두하는, 이색적인 모습을 보고 키득거리며 웃는 아이들도 있었고, 연주하다가 틀리는 모습을 보고 웃을 수는 없고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연주가 끝나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인생도 이런 것 같아. 나의 모습이 완벽하게 멋져 보이는 순간은 살아가면서 많지 않을 거야. 그런데 바로 이런 게 삶인 것 같아. 틀리고 또 틀리지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가는 거. 너희에게도 이런 얘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연주했어.


아이들은 꽤나 진지한 태도로 들었다.

이렇게 선배로서 삶을 살아가는 자세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서 연주를 한 적도 있고, 전공자가 아니지만 제법 유명한 곡들을 연주하곤 한다는 것을 한껏 뽐내고 싶은 순간들도 (아주 많이) 있었다. 감사를 표현하고 싶었던 순간도, 그리운 순간도 있었고, 단순히 스트레스를 풀고 싶거나 복잡하고 격앙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오늘 연주를 [혹은 나의 인생을] 마주하는 나의 자세는, ‘돌아봄’이다. 울며 웃으며 연주했던 순간들을 회상하며, 너무 주저하지도 너무 성급하지도 않게, 너무 심취해 있지도 너무 마음의 거리가 멀지도 않게 건반을 누르기로 한다.

삶과 마음을, 돌아보며 돌보는 연주회가 되기를.



그나저나 연습할 때 최소 100번 한 번도 안 틀리고 쳐야 무대에서 안 틀릴 수 있다는데, 단 한 번도 안 틀린 적이 없는 채로 매번 연주회에 임함에, 실소를 머금어 본다.



삶은 그런 것!

모든 음악인들에게 박수!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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