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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제는 정말 자동차 열쇠를 찾아야 하는 순간이 왔다. 자동차 계기판에 열쇠 배터리가 다 되었음을 알리는 표시가 떴기 때문이다. 열쇠를 찾아볼 기력도 시간도 없어, 어디에 떨어뜨렸는지 모르겠는 열쇠를 차에 두고, 문을 잠그지 않은 채로 다닌 지 두 달은 족히 되었나보다.
하지만 괜찮았다.
나는 너무 힘들었으니까.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아니었으니까.
#2
새벽예배 시각이 다 되어 도착했더니, 교회 주차장이 가득 찼나보다.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줄지어 기다리던 그 곳에서 그대로 시동을 끄고 나오는 성도들이 보였다.
"여기에 주차를 해도 괜찮을까요...?"
"딱지를 떼기도 해서, 예배 직후에 나오셔야 할 거예요."
"아, 예..."
마음이 어려웠다.
이건 법규를 위반하는 일이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니까.
혹시 그 사이 열쇠 배터리가 방전이 되어버리기라도 하면, 차는 꼼짝달싹 못 하고 딱지에 견인까지 될 것이렸다. 도로가 한 차선 줄어 출근 차량들의 경적 소리가 도로를 메우면 어쩐다...
#3
염려가 감사로 바뀌었다.
다행히 열쇠가 아직 작동하고 있음을 알기 전에.
딱지를 떼지 않았음을 확인하기도 전에.
자각의 순간이 왔던 것이다.
아무리 법을 잘 준수하고 무해한 존재로 살아가려 발버둥쳐도,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불편을 끼치고 슬픔을 안겨주며 살아가고 있지, 참. 나는 인간이니까.
그런데 이런 내가 십자가 구원을 받았구나. 그렇구나.
감사한 성탄이다.
긴 일기는 또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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