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달팽이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6. 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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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 만난 왕달팽이




달팽이

                             - 패닉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 더 지치곤 해
문을 열자마자 잠이 들었다가
깨면 아무도 없어
좁은 욕조 속에 몸을 뉘었을 때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내게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줬어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
아무도 못 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 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모두 어딘가로 차를 달리는 길
나는 모퉁이 가게에서
담배 한 개비와 녹는 아이스크림
들고 길로 나섰어
해는 높이 떠서 나를 찌르는데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어느새 다가와 내게 인사하고
노랠 흥얼거렸어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
아무도 못 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 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내 모든 걸 바쳤지만
이젠 모두 푸른 연기처럼
산산이 흩어지고
내게 남아 있는 작은 힘을 다해
마지막 꿈 속에서
모두 잊게 모두 잊게 해 줄 바다를
건널 거야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
아무도 못 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 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https://youtu.be/RgDSpwQJYvM?si=WFvEs8SkRNmiG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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