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를 듣고 있는데 호흡 곤란 증세가 심해졌다.
해소되지 않은 육체적 피로와, 여러 임무의 수행으로 인한 책임감과, 자발적으로 선택한 몇 가지 일들, 그리고 새벽예배, ...
중요한 것은 ‘yes'라고 말하라고 강요한 사람도 없는데 스스로 모두에 대해 모든 일에 대해 ’yes'라고 말하고 있으며, 그것을 감당해 낼 능력이 도저히 없음을 깨닫고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표를 채우고 또 채워오던 스스로에게 오늘은 정말 정말 정말 신경질이 났던 것이다.
<논증의 기술>의 28면에 등장하는 ‘우아’라는 단어에 토악질이 날 것만 같아서 당장 덮고, 표지 구경만 하던 <세이노의 가르침>을 펼쳐 들었다. (백만 배는 더 가독성이 있는 문체에 호흡곤란 증세를 잠시 잊었다.)
몇 장 펄럭이다가(‘읽다’는 동사는 필자께 송구해서 못 쓰겠다), 세이노 님의 손을 부여잡고 펑펑 울고 싶은 마음이 문득 들었다.
삶은 정말 고단하고, 분노할 일이 투성이이고, 나는 멍청하기 그지없고, 내 모습은 혐오스럽다. (책의 내용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그냥 책을 잠시 읽은 나의 감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는 사랑이, 위로가 더 필요한 것 같다.
글을 좀 더 좋게 만들려는 노력은 정말 나를 천국으로 빨리 보낼 것만 같아서 오늘은 이만 쓸까 했는데, 이 이야기는 좀 해야겠다.
그 바쁜 와중에 법정 의무 연수를 클릭 클릭 하고 있기까지 했는데, ’청소년 자살률이 가장 높다‘가 참인지 거짓인지 판별하라는 학습내용 정리 퀴즈에서 정답은 ’인구대비 자살률이 가장 높으며, 청소년 자살률은 OECD국가 평균 자살률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이므로 정답이 x'라는 해설을 읽고, 문제를 만든 사람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문제를 출제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문제와 정답 해설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자살률은 많이들 오해하고 있듯 세계 1위가 아니므로 그닥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것은 청소년의 자해 및 자살 예방에 대한 교사 대상 연수 내용의 말미에 전달한다[할 수도 있]는 메시지치고는 너무 기가 막히지 않느냐는 말이다.
연수 내용을 경청한 교사가, 자해를 시도한 학생에게 ‘그래도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이 1위는 아니라더라.’라는 말을 위로랍시고 건넬 일은 없기만을 바란다.
이 이야기도 좀 해야겠다. 학생이 몇 년 전 직접 겪었다고 얘기를 해줬는데, 화장을 짙게 한다고 지도를 받을 때 주머니에 손을 넣고 불손한 태도로 서 있었다고, 선생님이 ‘너는 반사회적 인물’이라며 학교에서 나가라고 했단다. 그 교사는... 그 어느 누구보다 ‘반사회적 인물을 대거 양산‘할 수 있는 자질을 지니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교사도 인간이다 보니 말실수를 할 수는 있는데, 아이의 마음에 응어리가 지지 않도록 사과를 해야 한다.)
이런, 잠이 깨버렸다.
내일 발레 학원에서 부상을 당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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